구글이 3일 비밀번호 입력없이 앱 또는 사이트를 쉽게 로그인할 수 있는 ‘패스키(passkeys)’ 기술 도입을 발표했다. 패스키 체계는 얼굴 인식이나 지문, 화면 잠금 개인 식별 번호(PIN) 등을 통해 장치에 저장된 암호화 키에 접속 가능하도록 설계돼 계정 인증을 진행하므로 ‘비밀번호 시대 종말’의 상징으로 종종 표현된다.
하지만 2021년 기준 세계 43억명 구글 사용자에게 이 기술이 적용되는 상황은 단순히 사이버 보안 진보에만 의미를 둘 수 없다. ‘인체’의 디지털 인증 도구로서의 대규모 인식 전환 및 현실 적용의 가속화를 이루는 계기로서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개인의 고유한 신체적 특성을 데이터 관리에 통합하는 것은 기술적 성과이지만, 개인의 실체적 신체가 디지털 기호가 돼 현실에서 무분별한 개인 통제가 가능한 권력을 생성하는 기반이 됨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 미 국무부 감시 전문가인 스티븐 펠드스타인은 그의 저서 ‘디지털 억압의 부상’에서 179개국을 8년간 조사한 결과, 61개국이 안면 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어떤 디지털 감시 기술보다 많은 수치라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는 인체를 직접 제어하려는 미래 기술의 가치에 대해 두 가지 맥락에서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개인의 능력을 어떻게 증강하고 확장할 수 있는가? 둘째, 세계화, 디지털화, 초자본화 사회라는 더 큰 맥락에서 개인의 몸의 의미는 어떻게 바뀔 수 있는가?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인체의 고유성’이다. 몸을 통한 학습은 상상력이나 인지를 초월하는 강렬한 경험을 제공하며 사람의 인식과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로봇 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컴퓨터가 체스에서 인간을 이기거나 최고의 수학자보다 빠르게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지각’과 ‘손을 통한 조작’ 기술은 로봇이 인간의 능력에 근접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역설을 인정했다.
인간의 몸은 계속 데이터의 영역에 속하는 추세다. 기술은 우리 몸과 피부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으며 ‘더 나은 인간’을 약속하는 동시에 새로운 디바이스에 의존하게 만들어 일상생활의 행동과 관계에의 전례없는 접근 권한을 기술에 부여하도록 한다. 때문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기술의 잠재적 오용을 방지하기 위한 보완 조치를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인체를 디지털 인증 도구로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영향, 즉 인간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 위험도 고려되어야 한다.
기계와 인공지능이 세상을 영원히 바꿀 거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또 듣는 시대다. 그러나 그 때문에 더 우리의 신체를 통한 물리적 구현이 인간의 지능을 복제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더 본능적이고 덜 지적이어야 하며, 세상으로 나가 몸과 감각으로 더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점점 더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인체의 고유성을 인식하고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중요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손병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