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27〉다중 위기의 시대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점점 더 커다란 위기가 다가옴을 느끼고 있다. 기후위기, 전쟁위기, AI위기, 인구위기, 자연재해 위기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기후위기다. 인간 활동으로 초래된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 속도가 연간 1밀리미터 수준에서 최근에는 약 4밀리미터로 증가했다. 전세계 빙하가 다 녹으면 25센티미터 이상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연구도 있다. 동해안 일부 지역의 해안침식은 너무 심해서 예전에 많은 이들이 놀았던 해수욕장이 흔적만 남아 있기도 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항구 정비를 위해 설치한 방파제, 방사제 등 때문에 연안 모래의 이동체계가 변화면서 해안선 침식이 심해졌다고 한다. 여기에 ‘장주기성 고파랑’이라 불리우는 예측 불허의 너울성 파도는 해변을 이용하는 사람과 주택에도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두 번째로 전쟁위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보듯, 젊은이와 힘없는 시민들의 생명을 엄청나게 희생시키면서 경제를 마비시키는 전쟁의 피해는 막심하다. 핵무기 없는 국가의 취약성을 목격한 유럽의 중립국들이 나토에 붙기 시작하고, 그만큼 엄청난 양의 핵을 보유한 러시아-중국-북한의 유대는 강해질 것이다. 또한 로봇과 드론이 인간을 살상하는 전쟁이 성큼 가까이 다가왔다.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는 무자비한 전쟁은 일단 발발하면 핵무기와 같은 전력과 결합하면서 인류를 절멸의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다.

세 번째로, AI위기다. 최근 구글을 사직한 제프리 힌튼 교수는 AI를 장착한 킬러 로봇이 등장할 것이고, 로봇이 스스로의 힘을 키워야한다는 목표를 스스로 세우고 실행하는 단계가 머지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AI의 급격한 발전이 일으킬 문제들은 기후변화보다 더 이르게 올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힌튼 교수는 그렇다고 AI 연구를 모두 멈추자는 일부의 요구는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네 번째로, 인구위기다. 전세계 인구는 70억이 넘어선지 오래지만, 주요 선진국의 인구증가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한국, 중국, 일본의 인구는 그동안 구가해온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어려울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수 십 년간 엄청난 돈을 퍼부었음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다섯 번째로, 자연재해 위기다. 우리에게는 멀게만 느껴졌던 지진도 종종 일어나고 있고, 집중호우나 태풍과 같은 수해도 점점 그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으로 식수 조달이 어려운 실정이고, 백두산 분화설이 언론지면을 장식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대륙과 해양의 중간이라는 지리적 여건 속에서 이러한 자연재해가 점점 더 잦아지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국민 생존에 큰 난관임은 부인할 수 없다.

아무리 AI가 발달하고 있다고 해도, 이러한 다중의 위기에 대처하는 일은 쉽지 않다. 또한 AI 자체가 위기의 근원이 될 수도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상에서 언급한 위기 중 하나만 현실화되더라도 바로 엄청난 경제위기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국가의 생존을 보장하면서 인류의 지속가능성도 높이는 일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혁신에 달려있다. 혁신은 위기의 발생 가능성을 줄여 주고, 이미 발생한 위기로 인한 피해를 감소시키며, 아직 발생하지 않은 위기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일을 도울 수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과 자연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가치관이다. 가치관이야 말로 기술 개발의 근본 동력이기 때문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alohakim@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