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 기업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설하며 전동화 전환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기차 12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9조원 규모 미국 합작법인(JV)의 3개 공장에 이어 삼성SDI와도 3조원 규모 JV의 제4공장 설립을 발표했다.
GM은 국내 배터리 업체뿐 아니라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부품·장비 등 공급망 투자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때문에 최근 GM 글로벌 구매·공급망 담당 고위 임원인 실판 아민 부사장의 방한은 한국 전기차 사업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아쉽지만 이같은 기대와 달리 아민 부사장은 한국 사업장(이하 한국지엠) 전기차 생산 확대나 투자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올해 한국지엠에 내연기관차 중심의 사업 계획 실행으로 예년과 같은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성장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2766억원의 영업익을 내며 2013년 이후 9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경영 정상화 계획 수립 이후 3년 만에 정상 궤도에 진입한 셈이다. 올해는 생산 규모를 두배 늘린 쉐보레 소형 SUV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수출을 50만대로 확대해 정상화에 탄력을 붙인다.
여기서 한발더 나아가 GM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투자가 국내 사업장 전동화 투자로 이어진다면 금상첨화다. 한국은 전동화 사업을 위한 미래 가용 자원을 갖춘 곳이다. GM과 한국지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한국지엠은 이미 테크니컬센터(TCK)에 순수 전기차 개발과 디자인 변경을 위한 인프라를 확보했다.
투자 타이밍도 좋다.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신규 공장 건설뿐 아니라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환시 현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앞으로 미래 이동 수단을 국가 전략기술에 포함해 관련 설비 투자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로 상향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전기차 주행, 안정성, 충전성 개선을 위한 5000억원 규모 개발 환경도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은 국가 차원의 자동차 사업 의지가 강하다. 한국 기업은 미국 자동차 산업 협력 국가 가운데 전동화 시설 투자 속도가 빠르다. 전동화 생산 인력도 다수 보유했다. 전기차부터 전장 부품 전방위 개발 인력을 모두 갖췄다.
지금이 한국지엠의 전기차 생산을 위한 투자 적기가 될 수 있다. 노사 문제 개선에 대한 한국 정부 차원의 지원도 뒷받침되고 있다. 한국지엠의 전동화 사업은 거스를수 없는 흐름이다. 한국과 미국 전동화 협력이 가속화되는 지금이 완전한 의미의 한국지엠 정상화를 이루는 전기차 생산 투자의 적기다. GM이 한국에서 전기차 출시뿐 아니라 생산을 위한 투자도 이어가길 기대한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