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전승절을 맞아 진행된 기념 행사에서 “우리의 조국을 상대로 한 ‘진짜 전쟁’이 자행됐다”고 말했다.
그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지칭해왔던 푸틴 대통령의 이례적인 발언에 추가 동원령이 내려지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AP통신·NPR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러시아의 적들은 우리의 붕괴를 바란다. 그들은 우리나라를 파괴하려 한다”며 서방이 ‘진짜 전쟁’ 벌였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우리는 국제 테러리즘을 물리쳤으며,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 돈바스 국민을 지키고, 우리의 안보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명이 결정적인 전환점에 섰다. 지구상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우리도 평화와 자유, 안정의 미래를 바란다“면서 ”어떤 우월적 사상도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식적으로 ‘특별 군사 작전’으로 지칭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우리의 목표는 군사적 충돌의 바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언급한 적은 있으나, ‘전쟁’이라고 공식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봄철을 맞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예상되면서, 러시아에서는 불리한 전황을 뒤집기 위해 ‘특별 군사 작전’을 ‘공식적인 전쟁’으로 변경하고 추가 동원령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쟁이 공식적으로 선포되면 계엄령을 통해 국가 전체를 우크라이나전을 위한 동원체제에 편입할 수 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전쟁’ 발언이 추가 동원령을 발동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로 마리우폴 등 러시아의 일부 점령지에서는 징집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러시아 전승절 행사는 역대 가장 소규모로 진행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도 1만 3000여 명의 군인이 참여했으나, 이번에는 8000여 명만이 자리했다. 군용기도 없었으며, 퍼레이드에 등장한 탱크도 구소련 때 사용한 T-34 모델 단 한 대뿐이었다.
군사력을 과시해야 할 전승절이 소규모로 진행된 데 대해, 러시아 전문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군사력 소모가 막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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