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산업계에 AI 도입이 화두인 가운데, 예술영역인 K팝 산업에서도 AI를 활용하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캐릭터 모티브 등 기본적인 관념을 실물화 하는 것부터 멜로디 작곡, 편곡 등 실질적인 측면, 가창이나 뮤비 등 완성물 창작까지 활용도 폭이나 결과물 수준이 점점 고도화돼 눈길을 끈다.
이번 엔터테인&에서는 최근 AI를 비롯한 IT 기술과 연결돼 점점 가속화되는 K팝 속 현실과 가상의 실질적인 만남, 그 미래들을 살펴본다.
가상 뮤지션은 사실 90년대 아담·류시아 등 K팝 부흥기 이전의 특이한 관념 캐릭터로만 존재했다. 하지만 현재는 좀 바뀌었다. 물론 현실성을 바로 인식하지는 않지만, 팬데믹을 전후로 한 부캐 열풍과 음성·화상기술의 고도화, 숏폼 중심의 비대면 문화를 토대로 가상인물 자체의 거부감이 다소 완화됐다.
이러한 분위기는 현실-가상을 직접 연결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함과 동시에, K팝을 기준으로 한 현실-가상 하이브리드 형태의 문화향유가 본격화될 것을 예견케 한다.
우선 최근 컴백한 에스파(aespa)와 올해 데뷔 예정인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naevis)는 에스파 미니3집 MY WORLD(마이월드) 수록곡 ‘Welcome to MY world’로 현실적인 만남을 알렸다. 에스파의 ‘광야’ 세계관 시즌1 속 현실 존재와 가상 조력자라는 관계로 등장했던 이들의 협업은 지난 2월 에스파의 단독공연 속 LED 세트로 군무를 완성한 ae-에스파와는 달리, 부수적인 IP가 아닌 오리지널 성질을 가진 동등한 아티스트 위치에서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에스파 지젤과 카리나는 최근 컴백간담회를 통해 “‘Welcome to MY world’는 원래 나이비스의 곡이었는데, 곡이 좋아서 먼저 해보고 싶다고 말해서 완성됐다. 뭔가 어색할 줄 알았는데, 퍼포먼스나 보컬 모두가 한 멤버처럼 섞여져 더 좋게 완성됐다”라고 말했다.
EDM DJ 겸 프로듀서 히치하이커(Hitchhiker)와 오는 15일 첫 출격 예정인 하이브의 미드낫의 만남 또한 특별하다. 히치하이커는 보아·동방신기·슈퍼주니어·소녀시대·샤이니·f(x)·엑소 등과 협업한 작곡가이자 EDM DJ로, 자신의 자아를 반영한 ‘히치하이커 프로젝트’나 SMTOWN LIVE 간 메타버스 공간 디제잉 등으로 가상세계 활동을 펼친 바 있다. 아티스트 미드낫(MIDNAT)은 최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 빌보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K팝의 미래’라는 포인트와 함께 제시된 예시다.
이 둘이 만난 미드낫의 첫 데뷔싱글 ‘Masquerade’(매스커레이드, 가장무도회)는 하이브 계열 아티스트 레이블이 아닌 하이브가 직접, 산하 멀티콘텐츠를 생성하는 조직인 하이브IM과 만든 프로젝트라는 점과 함께, 6개 국어 티저 메들리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버추얼 또는 기존 아티스트의 부캐로서의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현실접점을 기반으로 AI기술을 동원한 대규모 스핀오프 예고를 통해 가상-현실 K팝의 하이브리드 가능성을 더욱 현실적으로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하이브 측은 최근 티저 메들리 공개와 함께 “더 많은 글로벌 팬들에게 몰입도 있는 음악 경험을 제공하길 희망했다”며 “아티스트 MIDNATT(미드낫)의 혁신적 시도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가상-현실 K팝 아티스트의 협업은 엔터사의 기획측면과 함께, 관련 AI기술의 혁신에도 탄력을 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이브 계열사가 된 수퍼톤(대표 이교구)이나, KT그룹 지니뮤직 관계사인 주스(대표 김준호), 영상기업 엔터아츠(대표 박찬재) 등의 AI기업들은 최근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주최로 열린 ‘2023 MWM 콘퍼런스’ 등 행사에서의 기술시연과 함께 이 같은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실제 수퍼톤은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AI분석, 음의 장단이나 높낮이, 강세, 음색 등을 나누고 이를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현장에서 아이브의 Eleven의 박정현/이수현/백예린 커버와 겨울왕국 1 OST ‘Let it go’ 원곡 그대로를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표현하는 등 기술력을 보여줬다.
또 주스는 방탄소년단 ‘Butter’ 뮤비를 악보화와 함께, 아프리카 아카펠라, 기악버전 등으로 즉석 편곡하는 등의 시연을 펼쳤고, 엔터아츠는 AI를 기반으로 퍼포먼스 영상이나 뮤직비디오 등의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같은 K팝 기술발전은 하이브리드 관점까지 접근해온 현실-가상 K팝 아티스트의 만남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근거이자, 새로운 변주의 가능성으로서 업계관계자와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가상-현실 K팝 아티스트의 만남은 AI기술 근거와 아티스트 프로젝트로 이어지며 현실화되고 있다. 대중은 놀라움과 함께 좀 더 현실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빠른 접근에 걸맞게 인간의 결정권과 고유의 창작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구상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서병기 헤럴드경제 기자는 “AI 발전에 따른 K팝 콘텐츠 탄생이 기대된다. 그 속에서 대중이나 업계의 다양한 선택 또한 주목 된다”라고 말했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대중이나 업계 모두 현재의 현실-가상 K팝의 만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체로 가능성과 확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엔터업계가 AI를 접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칠 것이 기대되는 가운데, 기술의 발전과 융합에 걸맞은 정책들도 준비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