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한 지도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다. 당초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 지급결제 시장을 두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왔지만, 빠르게 대형가맹점들과 국내 대형 PG사가 합세하면서 점점 결제처가 늘어가고 있다.
다만 아쉬움을 전하는 소비자도 많다. 미국 태생의 생소한 결제방식이 국내 실정에 맞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할부구매다.
국내에서는 카드 할부구매가 이미 보편화됐다. 가구나 가전 등 수백만 원에 달하는 물건을 살 때 소비자들이 고려하는 항목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국인은 비용을 한 번에 내기 보단 나눠서 내는 형태 거래에 모두가 익숙해졌다는 의미다. 국내 카드사들도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는 이런 혜택이 줄면 아쉬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미국에서는 국내에서 흔한 할부구매가 없다. 최근 애플이 디지털 지갑에서 온라인 할부구매가 가능한 선구매후결제(BNPL) ‘애플페이 레이터’를 선보인 이유다.
결론적으로 할부구매가 없다 보니 고가의 물건보다는 소액다건화가 발생하는 업종에서 애플페이 결제가 많이 발생한다. 실제 현대카드가 최근 공개한 애플페이 한 달 실적을 보면 주요 결제 업종이 GS25, 코스트코, 배달의 민족 등 소위 결제규모가 크지 않은 편의점, 마트, 배달 앱 등에 주로 많았다.
애플페이의 국내 현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글로벌 회사 정책을 국내에 맞춰 변경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애플은 과거 자사 규격을 그 나라 실정에 맞춰 변경한 사례가 있다. 애플은 일본의 결제방식 펠리카를 지원하기 위해 별도 아이폰 단말기를 만들었고, 다음 세대 단말기부터는 해당 규격을 기본 탑재했다. 일본 아이폰 사용자를 위한 현지화를 결정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이런 요구가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는 대하는 애플의 대우는 다르다. 통일보다 늦을 것이라는 애플페이가 들어왔고, 몇 년 전에는 기대도 못했던 애플스토어가 서울에 5호점까지 생겼고, 홍대입구역 앞에 6호점까지 생길 예정이다. 현재 미국을 제외한 대도시 중에 애플스토어가 6개가 넘어가는 곳은 런던, 상하이, 토론토, 시드니 등이다. 애플 인기가 높은 도쿄에도 애플스토어는 5개에 불과하다.
애플페이는 향후 다른 카드사가 합류하면 더 많은 소비자가 사용하게 될 것이다. 다만 현재처럼 할부구매를 제공하지 않으면 시너지는 늘어날 수 없다. 소비자가 고가의 물건부터 저가의 물건까지 할부구매를 통해 폭넓게 구매할 수 있도록 애플페이의 현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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