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자살 시도를 막아달라는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한 미국 경찰이 자살 시도자를 향해 50발에 달하는 무차별 총격을 가해 중상을 입힌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폭스 캐롤라이나는 미국 현지 경찰의 과잉 대처가 피해자의 고소로 2년 만에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 2021년 5월 7일 오후 6시 15분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요크 카운티의 한적한 도로변 숲에서 벌어졌다.
이 곳에서 트레버 뮬리넉스는 자신의 픽업트럭 운전석에 앉아 사냥용 산탄총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있었다. 사건 이틀 전 애인과 다툰 뒤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인 태미 비슨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아들을 따라 나섰다. 어머니는 차 밖에 서서 4시간째 아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이어 다른 가족의 신고로 현장에는 경찰관 4명이 출동했다. 어머니 비슨은 경찰이 아들을 차분하게 설득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예상과 달랐다. 차량에서 내린 경찰관들은 곧장 총을 꺼내 들고 아들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한 것이다.
뮬리넉스 측 변호사는 “거의 50발에 달하는 총격이 이어졌고, 원고(뮬리넉스)는 머리를 포함한 몸 이곳저곳에 9발을 맞았다. 어머니 비슨이 이를 지켜보고 있었으며, 뮬리넉스 또한 두 손을 들고 있었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당국이 경찰관 바디캠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 경찰관들은 경고를 낸 지 약 6초 만에 총을 발사했다. 경찰관들은 피를 흘리는 뮬리넉스에게 수갑을 채운 후 병원으로 옮겼다.
뮬리넉스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여러 차례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에 모자는 사건 발생 2년 만인 이달 5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찰 당국과 현장에 있던 경찰 4명을 중대 과실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요크 카운티 민사법원에 고소했다.
경찰관 몸에 부착된 바디캠과 픽업트럭 앞에 세워진 경찰차 CCTV 영상에는 이들이 총을 뽑고 발사해 트럭 앞 유리가 순식간에 벌집이 되는 장면이 생생하게 찍혀 있었다. 이 장면을 옆에서 보고 있던 비슨이 비명을 지르며 아들 있는 트럭으로 달려가는 장면도 담겼다.
경찰관들은 뮬리넉스가 총을 집어 들려 해 부득이하게 총을 발사했다고 주장했지만, WP는 카메라 영상에서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경찰 측은 성명에서 “문제의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은 훈련받은 대로 위협에 적절하게 대응했다”며 사우스캐롤라이나 사법 당국 조사에서도 이들이 아무런 잘못을 범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고 일축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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