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슬립’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시간을 거스르거나 앞질러 과거 또는 미래에 떨어지는 초 자연현상이다. SF를 주제로 한 작품에서 비일비재하게 다뤄지는 소재다. 미래를 미리 알 수 있거나, 과거를 바로잡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이러한 ‘타임 슬립’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최근 공개됐다. 지난 1일 첫 방송된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1987년에 갇혀버린 두 남녀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시간 여행기를 그린 작품이다. 1987년에 당도한 윤해준(김동욱)이 백윤영(진기주)을 만나 과거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며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 수 있게 돕는 매개체는 우연히 터널에서 발견하게 된 타임머신 차량이다. 차량 안에 있는 년도 세팅기에 원하는 년도를 입력하면 미래와 과거를 오갈 수 있다는 설정이다. 주인공 윤해준은 2037년을 입력해 자신의 미래를 먼저 확인한 뒤, 그로부터 50년 전인 1987년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로잡으려 한다. 이렇게 바꿔 놓은 과거는 과연 해준에게 어떤 미래로 돌아오게 될까.
과거를 바꿈으로써 미래가 변화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매우 까다롭다. 만약 이야기가 전개되는 배경이 ‘평행 우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타임 슬립’ 효과는 없다. ‘평행 우주’는 자기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평행 선상에 위치한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윤해준이 과거로 돌아가 과거 사건을 바꾸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과거를 바꿈으로써 변화되는 미래를 기본 전제로 한다. 지난 1화에서 윤해준은 우정리 마을 사람들에게 5분 뒤 벌어진 사고를 미리 알려주고 2명의 목숨을 살린다. 그러자 2명의 사망 속보 기사가 1면을 장식하던 신문이 5년 연속 범죄 없는 마을 선정 기사로 변경되며, 과거를 바로잡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과거의 변화가 예상 밖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과거의 사건이 연쇄살인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추리력 또한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 굴다리 밑에 서 있던 윤영과 사고가 나면서 타임머신 차량의 고장으로 1987년에 갇힌 두 사람이 무사히 현재로 돌아갈 수 있을지 또한 작품의 감상 포인트다. 과거로 회귀한다는 ‘타임 슬립’이라는 주제 덕분에 1987년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레트로 감성 또한 이 작품 특징이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타임 슬립’을 통해 도착한 1987년에서 정체를 숨기고 우정리 마을 사람들과 지내게 되는 두 주인공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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