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 시도된 뇌혈관 수술이 사상 처음으로 성공했다. 아이는 지난 3월 무사히 태어나 약물과 추가 치료 없이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 헬스·라이브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과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진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인 ‘뇌졸중’(Stroke)에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케냐타 콜먼은 임신 30주차에 초음파 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아이에게 혈관 문제가 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이후 정밀 검사를 한 결과 콜먼의 아이는 희귀소아뇌혈관질환인 ‘갈렌정맥기형’(Vein of Galen malformation; VOGM)을 가지고 있었다.
VOGM은 뇌에서 심장으로 혈액을 운반하는 혈관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미국 심장협회에 따르면 출생아 6만 가운데 1명에게 발생한다. 이 문제가 있을 경우 뇌의 혈류가 크게 증가하고, 심부전, 고혈압, 뇌손상, 수두증(뇌실 안이나 두개강 속에 뇌척수액이 고이는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VOGM은 아이가 태어난 직후 혈류를 느리게 하는 작은 코일을 삽입하는 카테터 치료를 한다. 그러나 이 경우는 제때 처치가 이뤄지지 않아 영구적인 뇌손상이 남을 수 있으며, 치사율 또한 40%에 달한다.
위험성을 들은 콜먼 부부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러던 중 브리검 여성 병원과 보스턴 아동 병원에서 운영하는 태아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에 대해 알게 돼 임상에 참가했다.
의료진은 콜먼이 태아의 VOGM을 진단받은 뒤, 태아가 치료하기 좋은 최적의 위치를 잡았을 때를 노려 시술에 들어갔다.
의료진은 먼저 태아가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약물과 통증을 줄이는 약물을 소량 주사했다. 이어 복벽을 통해 바늘을 삽입하고, 바늘을 통해 카테터를 조심스럽게 꿰어 작은 금속 코일이 정맥을 채울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스캔을 통해 태아를 확인하자 문제가 있었던 부위의 혈압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등 즉시 호전되기 시작했다.
보스턴 아동병원의 방사선 전문의인 대런 오르바흐 박사는 “우리가 색전술에 있어 기술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 그 순간 가장 신나는 일이었다”며 시술에 성공한 기쁨을 드러냈다.
시술 이틀 후 양수가 터졌고, 아기는 1.86kg으로 건강하게 태어났다. 오르바흐 박사는 “아기가 6주차에도 약물 치료 등 추가적인 치료 없이도 건강한 것을 확인했다. 정상적으로 먹고, 살이 붙고 있으며 집으로 건강하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에 대한 수술은 일상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뇌혈관계를 목표로 한 자궁 내 수술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오르바흐 박사는 “이번 사례는 앞으로 자궁 내 태아에게 시행되는 뇌혈관계 수술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며 “심부전을 예방하는 VOGM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