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미래 먹거리로 정한 헬스케어 사업을 본격화한다. 베트남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하고 인공지능(AI) 솔루션 기반 한국형 건강검진센터도 세운다. 규제장벽이 낮은 해외에서 역량을 내재화한 뒤 국내로 역진출해 헬스케어 산업 디지털전환(DX)을 이끈다는 구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베트남 현지 의료법인 ‘KT헬스케어비나(KTHV)’를 설립하고 8월까지 암·만성질환자 대상 비대면 의료 시범 서비스에 돌입한다. 베트남 의료법인 설립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업체 중 KT가 처음이다. 현지병원과 협력해 위암 수술환자 사후관리와 당뇨환자 건강 습관 관리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
임승혁 KT 헬스케어사업단장은 “베트남은 경제성장에 따라 당뇨 유병률이 급증하고 이들 월 의료비 지출은 일반환자 대비 7배 높은 73달러 수준”이라며 “K-메디컬에 우호적인데다 원격의료와 의료AI 등 디지털 헬스 정책도 개방적이라 사업성이 높다”고 말했다.
KT는 AI·빅데이터 역량을 비대면 케어서비스에 활용한다. 비대면 의료 애플리케이션(앱) ‘닥터어라운드’ 기반 자가관리와 1대1 전문상담, AI 진단을 통한 질환별 맞춤서비스를 제공한다. 만성질환 케어를 위해 도입한 AI스크리닝은 앱 기반 간단한 문진만으로 당뇨 고위험군을 선별해내는 기술이다. 치료보다는 질병 예방과 진단, 관리 영역에 역량을 집중한다.
KT는 하나로의료재단과 함께 한국형 프리미엄 건강검진센터도 설립한다. 국내 체계적 건강검진 시스템을 도입하고 AI 활용 검진 추천과 비대면 케어 서비스와 연계한 사후관리 서비스까지 선보인다. 임 상무는 “검진센터는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하면서 원격케어, 의료AI 데이터 확보를 위한 인프라 역할도 수행할 것”이라면서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원하는 하노이 고소득층이 타깃이며 첫 해 목표 매출은 약 2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KT는 베트남 등 해외사업을 통해 조기 확보한 헬스케어 DX 사업역량을 앞세워 국내시장에도 적기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한국도 관련 규제가 점진 완화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는 내달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국내는 베트남과 달리 의사·환자간 비대면 진료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투자 허들로 작용해왔다.
임 상무는 “한국 의료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8.8%에 불과해 헬스케어 시장이 태동기 수준”이라면서 “의료법 규제로 다소 진입장벽이 있지만 규제 샌드박스, 시범사업을 통한 점진적 정책 개선 중에 있어 성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KT는 의료 데이터와 진료 모델, 알고리즘을 기업에 제공하는 의료 AI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임 상무는 “원격케어, 건강검진센터, 의료AI 등 ICT 기반 맞춤형 예방·관리 의료 서비스를 고도화해 국내외 헬스케어 산업 디지털 전환 첨병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