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일정이 많은 날이었다. 긴장된 마음에 간밤에 깊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도 손을 더듬어 스마트폰 시간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그런데 스마트폰 화면이 켜지지 않았다. 몇 번이고 다시 스마트폰을 터치했으나 화면에선 아무런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정보를 떠올려보니 순간 잠이 달아났다.
부랴부랴 일어나 집안에 있는 다른 스마트 기기로 스마트폰 재부팅 방법을 검색했다. 다행히 스마트폰을 몇 번 만지고 재부팅이 가능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떠오르는 로고를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생활에 디지털 기술이 깊숙하게 자리잡으면서 이러한 사고 아닌 사고를 겪는 경우가 있다. 스마트폰이 먹통이 된다든지 스마트폰에 저장된 정보를 잃어버려서 곤란한 경우다. 편리함에 익숙해져 디지털 기기 오류나 정보를 잃어버렸을 때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기도 한다. 개인의 경우 스마트폰 재부팅으로 마무리된다면 해프닝 정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도시라면 어떨까.
도시에 사는 사람이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듯이 디지털 기술 없는 도시도 상상하기 어렵다. 대중교통 정보가 디지털로 제공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간단히 호출할 수 있다. 행정, 공공기관 정보시스템이 클라우드로 전환되고 공공서비스를 인터넷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폐쇄회로(CC)TV로 재난상황이나 시민안전 등도 파악한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시를 그 뿌리부터 바꾸고 있다.
대도시 서울의 디지털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울시는 1999년부터 ‘정보화기본조례’를 제정하고 정보화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2022 스마트시티 엑스포 월드 콩그레스(SCEWC)’에서 최고 영예인 도시전략 부문 최우수 도시로 선정됐다. 60여개국 337개 도시가 치열하게 경합하는 상황에서 서울은 디지털 포용성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서울은 올해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와 사람 중심, 기술혁신 중심 ‘서울 스마트도시 상’을 제정, 시상한다. 이달 말까지 신청을 받고 심사, 하반기에 시상한다. 상을 받는 도시가 아니라 상을 주는 도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도시 수준을 평가할 때는 그 혁신성만이 아니라 안전과 위험에 대한 대비를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이 겪는 디지털 관련 사고나 위험은 재부팅 등 대처가 가능할 수 있지만, 도시의 디지털 기술이 미치는 영향력을 볼 때 사고 시 그 파급효과는 훨씬 크다.
사슬의 강도를 결정하는 것은 가장 튼튼한 고리가 아닌 가장 약한 고리다.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도시의 진정한 역량은 위기상황 대응과 디지털 약자에 대한 배려에서 선명하게 드러나게 마련이다. 스마트도시 역량을 갖추는 동시에 안전하면서 따뜻한 디지털 정책이 필요하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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