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北이탈주민 정착지원제도 개선 시급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제도’는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북한이탈주민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생활 영역에서 신속하게 적응·정착하는 데 필요한 보호 및 지원을 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효율성과 균형성이 부족하다. 사회 정착 교육 내용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지속되고 있다.

일례로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는 여러 가지 사회 정착 교육을 실시하는 데 그중 직업훈련의 경우 제빵사 양성, 네일아트 교육 등 한정된 분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한이탈주민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고 선택하기에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뿐만 아니라 법률 교육이라고 볼 수 있는 교육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가 기본교육 12주(400시간) 동안 본원과 분원이 각각 4시간, 5시간만 실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법률 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법률을 이해하고 실생활에 적용하기에는 교육시간이 충분치 않다.

특히 인권에 대한 교육이 실시되고 있지만 교육받은 북한이탈주민은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 방안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직업 훈련과 실질적인 법률 교육, 인권 교육의 강화를 골자로 하는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현행 제도의 대폭 개선을 전제로 한다.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의 주민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생활 영역에서 신속히 적응·정착하는 데 필요한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법률과 제도의 목적은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사회에 신속하게 적응하고 정착하게 돕는 것이다. 또한 사회통합과 안정, 북한 인권 문제의 해결, 남북통일에 대비한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은 통일을 대비한 투자다.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제도가 시행된 이래 대대적으로 개편되었던 시기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때이다. 개편 전후 지원 규모에 대한 변화는 크게 없었지만 여러 조건부 형태로 지원 체계가 바뀜에 따라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북한이탈주민 중 일부는 정착지원금이 삭감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ET시론]北이탈주민 정착지원제도 개선 시급

필자가 2001년부터 2020년까지 소비자물가 대비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금 변천 현황을 조사해 보았더니 같은 기간 동안 소비자물가는 52.2% 상승한 반면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금은 고작 130만 원 증가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20년 넘게 사실상 방치되고 있었다.

이에 20대 대선 기간 중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제도 전면 개편에 대해 건의했고, 당선 직후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제도 개편안을 국정과제에 반영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에 담긴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개편안은 크게 네 가지 개선 방안을 담고 있다.

첫째, 정착 초기 집중 지원 체계 마련이다. 북한이탈주민 지원은 정착 초기가 아주 중요하다. 심리치료부터 교육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여 추후 있을 경제활동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한정된 국가 예산 속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북한이탈주민을 보호하는 5년의 기간 중 정착 초기에 집중해야 한다.

과거 북한인권운동가 활동을 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에서 직업도 없이 정부 지원에 의존한 채 궁핍한 생활을 근근히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알려지게 되면 대한민국에 대한 동경은 물론, 목숨 걸고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가도 더 나은 삶을 살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므로 결코 통일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못한다.

둘째, 위기가정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이다. 2018년 비극적이게도 서울 관악구 모 임대아파트에서 탈북 모자가 아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이탈주민 위기관리는 남북하나재단과 지자체에서 하고 있었지만 통합적, 종합적 관리가 없었던 탓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하지 않았다.

만약 정부에 위기가정 통합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주기별로 관리했더라면 경제 대국 10위권의 대한민국에서 북한이탈주민이 아사하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와 같은 비극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이탈주민의 생계, 긴급 의료 등 위기 상황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신속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강화다. 북한이탈주민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얻는 원인 중에는 북한 당국이 공개처형 하는 현장을 주민에게 강제로 목격하게 하는 것이 있다. 북한 당국은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종교를 가지는 행위나 대한민국 콘텐츠를 포함한 외부 문화를 유포하는 행위를 적발하면 공개 처형함으로써 주민들에게 공포를 심어준다. 이런 강제 목격은 북한이탈주민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얻게 된 원인 중 하나다. 또한 북한 탈출과 제3국에서의 도피 생활 등 생사를 넘나드는 탈북 과정에서 심각한 공포감과 불안감을 느끼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또다시 겪게 된다.

대다수 북한이탈주민이 가지고 있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통일부 통계자료를 보면 북한이탈주민 취약계층의 조사 대상 절반에 가까운 47%가 정서적·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의 56%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관련 진료가 필요하다 밝혔고 자살 고위험군은 무려 25%였다. 북한이탈주민 사망자 10명 중 1명의 사망원인이 자살이라 조사될 만큼 북한이탈주민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는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2022년 초 대한민국 정착 1년 만에 북한으로 월북한 사건이 발생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사회안전망 구축과 공동체 소속감을 통한 사회적 고립감 극복 등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제도의 보완과 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법률보호관리 시스템 법제화이다. 북한에서는 법률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비밀로 분류되어 있다. 이는 곧 일반적으로 북한 주민이 살면서 법률을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의 법률적 지식과 개념이 대한민국 일반 시민보다 훨씬 낮은 것은 당연하다. 이런 차이로 대한민국에 사는 북한이탈주민이 위법한 행위를 하더라도 본인 스스로가 위법성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고, 사기, 다단계와 같은 법적 분쟁에 휘말릴 경우 변호사 조력을 받을 수 있는지 조차 잘 알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이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 정착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북한이탈주민의 특성을 고려해 법률구조공단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북한이탈주민은 제도의 존재조차 모른다.

필자는 남·북한의 특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북한이탈주민 만큼 대한민국 체제를 북한에 홍보해줄 수 있는 이들은 없다고 판단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한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이 사회적으로 잘 정착해야 하며, 경제적으로도 자립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2500만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을 동경하고,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도 가능할 것이다.

끝으로 북한이탈주민 지원정책은 북한이탈주민 스스로가 걸을 수 있게 다리 근육을 키워주는 정책이어야 한다. 그래야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한다. 걷지도, 뛰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신발 끈 매는 법, 신발 신는 법부터 가르치는 현행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제도는 결코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 mokbal2006@naver.com

〈필자〉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탈주민 출신으로 과거 북한인권단체 NAUH(나우) 대표를 역임하며 탈북민 구출에 힘을 쏟았다. 이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영입인재로 국회에 입성했다. 현재는 국회에서 제21대 하반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과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등을 역임하는 등 북한 인권과 통일 정책 등에 대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