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 외면을 받는 러시아가 중국과 ‘전략적 밀착’을 강화하기 위해 163년 만에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항만 사용권을 내줬다.
15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등은 중국 해관총서(세관)가 지난 4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2023년 44호 공고를 인용해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이 내달 1일부터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자국 항구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풍부한 지하자원과 곡물을 생산하지만 바다가 없는 헤이룽장과 지린성은 그간 물자를 남방으로 운송하기 위해 다롄 등 랴오닝성의 항구를 이용했다. 이 경우 거리가 1000km에 달해 운송비 부담이 크다.
그러나 내달부터는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이 200km 이내 거리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항을 통해 해상 운송할 수 있게 돼 운송비가 대거 대폭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과거 청나라 때까지 지린성에 속했으나 1860년 중국과 러시아 간 국경을 정한 베이징 조약에 따라 러시아에 편입됐다. 이후 163년 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내륙 화물 교역항으로 사용할 수 없던 중국이 러시아의 이번 결정으로 자국 항구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운송 분야에서의 협력이 중국과 러시아 간 견고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쿠이 중국-러시아 현대지역경제연구소 소장은 글로벌타임스에 “블라디보스토크 항만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항구 건설과 물류 분야에서 더 많은 협력을 할 수 있고, 중국 동북부의 경제 활력과 러시아의 극동 개발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중 양국이 오랜 기간 영토 분쟁을 벌이던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 갈등으로 인해 이번 결정이 양국 간 우호적인 협력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한 영토 분쟁에 되레 불을 지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프랑스 RFI 라디오방송은 킹스칼리지런던의 마이클 딜런 연구원의 “중국-러시아 우정은 대부분 보여주기식이다. 이 관계에는 칼날이 있다”는 분석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게 불리하게 흘러간다면 중국은 오래된 영토 주장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
서희원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