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65〉뫼비우스형 혁신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데이터(data). 라틴어 데이툼(datum)에서 왔다고 한다. ‘주다’란 의미의 라틴어 다레(dare)처럼 뭔가 주어진 것이란 의미를 가졌다. 그리고 17세기 즈음 주장의 근거로 쓰여진 사실이나 정보란 뜻으로 영어로 들어왔다고 알려졌다.

버젓이 데이텀(datum)이란 단수형이 있지만, 단수로 취급된다. 추상적이거나 셀 수 없는 명사란 이유다. 굳이 복수로 쓰고자 한다면 그 때 역시 데이터다. 즉, 본질적으로 복수형이 이미 무언가의 묶음인 단수형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인지 싶기도 하다.

혁신은 혁신의 대상일까. 혁신 전략이나 방법이야 당연히 그렇겠다. 하지만 혁신이란 추상 개념조차 이리 따져볼 수 있을까는 또 다른 차원이다. 마치 “아름다움이 더 아름다우려면”이란 질문 같다고나 할까.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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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흥미로운 예시가 하나 있다. 우리는 맥도날드 매장에서 “이제까지 몇 개의 햄버거를 제공했습니다”를 봤다. 실상 지금 1000억 개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이것을 보면 “그렇게나 많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그럴 듯한 마케팅이 과거의 유물이라고 누군가 말한다.

대신 오늘의 질문은 “그녀는 어디에서 햄버거를 구입하나요. 그럼 몇 시에. 그때 무얼 함께 마시죠.” 질문은 이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아니 그쳐서는 안된다. 그 다음 질문은 이렇게 이어져야 한다. “그녀가 매장에 오기 전이나 후에 무얼 하죠. 그 전이나 후에 뭘하죠.” 그리고 “그녀에게 다른 건 필요하지 않을까요”까지도 말이다.

실상 지금 아마존이 판매하는 제품의 절반이 맞춤형 추천 엔진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된 것이다. 누군가 사이트를 방문하면 알고리즘은 즉각 작동한다. 아마존의 3억 5000만개가 넘는 품목 중 고객이 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항목을 배열한다. 이는 구매 내역은 물론 사이트에서 어떤 걸 보았고 조회했는지, 프라임 비디오와 아마존 뮤직에서 뭘 보았고 들었는 지, 알렉사 지원 장치에서 뭘 했는지를 필터링해 만들어진다.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정교한 권장 사항을 생성할 수 있고, 이런 개인화 덕분에 지금 전자상거래 시장의 40%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어쩌면 아마존의 경쟁자는 월마트가 아니라 구글이다. 언젠가 구글은 사용자가 검색 때 제품을 추천하는 AI 기반 쇼핑 그래프란 걸 내놓았다. 쇼핑 그래프는 웹 기반으로, 소비자를 240억 개 제품 목록으로 연결한다. 여기에는 구글 검색, 구글 어시스턴트, 사진, 지도, 유튜브, 구글 클라우드, 구글 페이 데이터가 연동된다. 이런 점에선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2007년 사이트의 정보 흐름 및 관계 연결에 통합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한 것부터 따진다면 이런 데이터 플랫폼을 대중화시킨 것은 실상 페이스북도 선구자 중 하나다. 물론 링크드인,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에어비앤비, 우버 모두 이런 점에선 다르지 않다.

물론 이걸 움직이는 건 우리가 데이터라고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의 오늘 의미는 어제 것이 아니다. 종래 ‘여지껏’이란 가정이 사라지고, 정적인 스냅 사진이라 부르던 것이 살아있는 동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데이터란 이제 데이터로 읽고 데이터-인-모션(data-in-motion)을 생각하는 것이 되었다.

우리는 혁신을 혁신할 수 있을까. 물론 하지만 단지 당신이 혁신 위에 그것을 올려놓고자 한다면 말이다. 거기다 어쩌면 혁신의 본질이 이것인지도 모른다. 무한의 차원을 따라가서 맞닥뜨리게 되는 무언가가 결국 자기 자신이라고 뫼비우스의 띠는 말해주지 않던가.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