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파임’ 직접 보수한 伊 주민…당국은 ‘벌금·원상복구명령’ 황당 대처

클라우디오 트렌타씨가 직접 메운 포트홀 전과 후. 사진=클라우디오 트렌타 페이스북
클라우디오 트렌타씨가 직접 메운 포트홀 전과 후. 사진=클라우디오 트렌타 페이스북

이탈리아 지역 당국이 ‘포트홀(도로 파임)’을 직접 메운 주민에게 벌금을 고지하고 구멍을 도로 되돌려 놓으라고 명령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작은 마을 바를라시나에 사는 클라우디오 트렌타(72)씨는 최근 지역 당국으로부터 황당한 벌금 고지서를 받았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달 26일 그가 메운 포트홀이다. 그는 올해 초 바를라시나에 있는 횡단보도에 직경 30cm 크기의 포트홀을 발견하고 지역 당국에 신고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결국 자비로 구멍을 메웠다.

하지만 트렌타 씨에게 돌아온 것은 포상이 아니었다. 지역 당국은 그에게 고속도로 법규를 위반했다며 622유로(약 96만원)짜리 벌금 고지서를 발송했다. 5일 이상 연체 시에는 882유로(약 128만원)를 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포트홀을 원상 복구하라는 명령도 받았다.

벌금과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트렌타 씨는 분개하며 자신의 사연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고 대중에게 알렸다. 트렌타 씨는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인터뷰에서 “그들이 나를 바보라고 생각한다면 틀렸다. 그들은 나를 도발했다”고 불쾌한 심경을 전했다.

이탈리아에선 수도 로마에만 포트홀이 약 1만개에 이를 정도로 전국 도로 곳곳이 구멍나있지만 정작 행정 당국은 예산과 인력, 장비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적극적인 보수 작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한 주민에게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벌금을 부과한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한 네티즌은 “오늘 바를라시나 당국에 항의 이메일을 보냈다”며 “칼라브리아주와 시칠리아섬은 포트홀이 너무 많아서 도로가 체망으로 변했다”고 당국의 조치를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바를라시나 당국이 도로를 메우는 데 자비를 투입한 이 주민에게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술 평론가 출신인 비토리오 스가르비 문화부 차관도 논쟁에 가세했다. 스가르비 차관은 “고속도로법에도 상식이 있다”며 ”상식적으로 지역 경찰이 이 남성에게 감사를 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렌타씨는 전국 방송 프로그램에도 초대 손님으로 나와 지역 당국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