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칼럼] 푸아그라 효과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모든 스타트업은 지속 성장하고 궁극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투자를 필요로 한다. 최근 1년 정도 투자시장이 위축됐다고는 하지만 과거에 비해 스타트업의 자금조달은 훨씬 더 쉬워졌다. 엔젤 투자자,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 국부펀드, 기업형벤처캐피털(CVC) 등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투자하려는 기관이나 펀드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그 규모도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VC 회사인 레드 로켓 벤처스의 조지 딥은 스타트업 비즈니스모델은 ‘비타민’이 아닌 ‘진통제’가 돼야 한다고 했다. 먹으면 좋지만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 비타민과 같은 사업모델은 일정 부분에서 도움은 되지만 주력 플랫폼은 될 수 없기 때문에 성공가능성이 극히 낮고 투자자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타민이 고객 가치를 높여 주긴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핵심 사업가치가 될 수 없고,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제품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없어져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진통제는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진통제형 사업은 고객의 페인 포인트에 집중해 편리성이나 수익을 증대시키고 비용을 낮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성공가능성이 높고 투자가 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투자를 받지 못해 문을 닫는 스타트업이 대부분이지만, 펀딩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오늘날의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자금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과도한 자금조달로 실패를 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수 천억원, 수 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성공적인 엑시트를 위해 전력투구해야 하지만, 펀딩 그 자체로 마치 실제로 성공한 듯한 착각에 빠져 경영이 방만해지고 느슨해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돈을 모았느냐가 결코 성공의 척도가 될 수 없다. 물론 넉넉한 자금으로 더 많은 개발자와 엔지니어를 고용하고 빠른 시간내에 원하는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영업팀을 확보하고 제품, 시스템, 서비스 및 솔루션의 노출을 급속히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과는 달리 지금까지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한 스타트업에서 소위 ‘푸아그라 효과’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어로 살찐 간을 뜻하는 푸아그라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사료를 강제로 흡입시켜 정상 크기의 10배 이상으로 부풀게 만든 오리나 거위의 간으로 만든 고급 요리다. 그러나 심각한 동물학대 논란으로 호주, 덴마크, 독일, 이탈리아 및 영국 등 수많은 나라에서 금지돼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들도 푸아그라 생산과 요리를 비난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푸아그라 효과란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확보한 스타트업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내실보다는 외형이나 시장점유율만 지나치게 신경쓰다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블리츠스케일링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에서 주로 발생한다. 링크드인의 창업자 리드 호프만은 스타트업이 시장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성장해야 하며, 효율성과 수익성은 부차적인 고려사항이라는 블리츠스케일링 전략을 주장했다. 먼저 시장 주도권을 잡아야만 구글, 아마존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많은 VC가 스타트업에 과도한 금액의 투자를 부추겼으며, 결과적으로는 페이스북과 같은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VC로부터 거액을 투자 받으면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해야 하고 정해진 기간에 높은 기업가치로 엑시트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결국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의 불편함과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창업 초기 경영철학과 멀어지게 되며, 트레드밀에서 전속력으로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아마존에 인수된 라이브 스트리밍 회사 트위치의 창업자인 저스틴 칸은 “회사가 얼마나 많은 돈을 모으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아무리 투자를 많이 받아도 결국 1~2년 안에 모두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는 투자금액이 많아지면 그에 따라 현금 소진율도 높아진다는 의미다.

지금 잘나가는 스타트업도 언제든지 푸아그라만 생산하고 죽어가는 오리가 될 수도 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공자 말씀이다.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유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