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말라 죽겠습니다. 시청자 수는 줄고 있는데 각종 규제는 옭아매기만 하고 송출수수료는 올해도 두 자릿수 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요즘 TV홈쇼핑과 T커머스 업계 관계자를 만나면 매번 들려오는 말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홈쇼핑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는 자조감 섞인 한숨도 들린다.
본격적인 리오프닝 이후 처음 받은 분기 성적표에 홈쇼핑 산업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는 모양새다. 올해 1분기 GS·CJ·롯데·현대 등 상위 홈쇼핑 4사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32.4% 감소한 71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5.3% 줄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6% 줄었다. 영업이익은 무려 87.6% 급감했다. 새벽시간 방송금지 영향을 받긴 했지만 매출 비중이 높지 않은만큼 충격은 더욱 크다. 현대홈쇼핑 역시 매출액은 작년 같은 분기보다 4.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9.3% 줄었다. CJ온스타일과 GS샵도 매출액이 각각 0.4% 4.1%씩 줄었다.
홈쇼핑보다 규모가 적은 T커머스는 더욱 심각하다. T커머스 단독사업자(SK스토아·KT알파·신세계·티알엔·W쇼핑)합산 취급액은 2015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다 작년 연간 4조3000억원을 거두며 1%대 성장에 그쳤다. 올들어서도 침체가 이어진다. T커머스 5개사의 1분기 합산 영업손실은 40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이 기간 취급고는 1조503억원으로 6.7% 줄었고 매출액은 8.4%에 감소한 2812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악화 배경은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침체나 시청자 수 감소 등 외부요인도 있지만 홈쇼핑 산업에 엄격한 규제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T커머스의 경우 생방송 송출 금지와 화면 크기 제한을 받고 있다. 매년 가파른 인상을 요구하는 송출수수료도 생존을 위협한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IPTV 매출 가운데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1조3243억원) 비중은 28.6%에 달한다. 2018년 20%를 돌파한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세다. 케이블방송사(SO)는 홈쇼핑 송출수수료(7470억원) 비중이 40.3%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 T커머스 신규 사업자 진입도 가시화되고 있다. 국회와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소상공인 전용 T커머스 신규 허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홈쇼핑과 T커머스 업계는 이미 중소기업 제품을 의무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체로 홈쇼핑사는 중기 제품 비중을 50~60% 수준으로 T커머스는 70% 이상을 두고 있다.
업계 전반에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규제 완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신규 사업자 허가에 대한 당위성은 차치하더라도 사양산업 대열에 오른 홈쇼핑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한 시점이다. 홈쇼핑은 질 좋은 상품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중소기업 판로 역할을 하는 선순환 구조에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해마다 치솟는 송출수수료, 까다로운 재승인 조건 등을 해결할 실질적인 대안을 정부가 강구해야 한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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