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책 속 상식들
우리가 당연시 여기고 있었던 정보가 사실은 널리 퍼진 낭설이었다면? 금발의 이미지로 유명한 마릴린 먼로의 원래 체모는 갈색이었다든가, 사실 혀는 부위별로 느끼는 맛이 다르지 않다든가, 하는 것들이 그 예시에 속해요. 이런 통상적인 지식들 말고, 문학에도 잘못 인지 되어 왔던 상식이 더러 있어요.
오늘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책 속 상식에 대해 알아보려 해요.
1. 사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 아니다.
<프랑켄슈타인>은 1823년 발행된 메리 셸리의 소설이에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이끼 같은 초록색에 납색을 섞은 낯빛의 괴물이 떠오를 거예요. 관자놀이 즈음에는 나사나 못 같은 것들이 박혀 있고 이마에는 수술 자국이 길게 나 있는 거구의 괴물 말이죠. 하지만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 괴물에게는 이름이 없어요. 작중에서 그저 ‘괴물’ 이나 ‘크리쳐(피조물)’로만 불리죠.
‘프랑켄슈타인’은 이 괴물을 탄생시킨 박사의 이름이에요. 그의 정확한 이름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이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요. 아마도 제목이 프랑켄슈타인이기도 하고, 작품 내에 주인공이 괴물이라고 할 수 있으니 당연히 그의 이름일 것이라고 인지한 데에서 발생한 오류인 듯싶어요.
심지어 이 괴물에게는 나름 짠한 구석까지 있다는 점. 이 불쌍한 괴물은 끔찍한 외모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해요.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죠. 인간들에게 ‘괴물’은 괴물일 뿐이니까요.
이를 계기로 괴물은 이른바 ‘흑화’하게 돼요. 자신을 창조해내고 무시한 박사의 주변인들을 하나둘씩 죽이기 시작하면서 그의 뒤를 쫓아요. 그러던 중, 박사가 병으로 사망하면서 유일하게 대화가 통했던 존재가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죠. 괴물 또한 더 이상 이 세계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음을 깨달아요.
소설의 첫 장에는 존 밀턴의 실낙원의 몇 문장이 적혀 있는데요.
“창조주여, 네가 간청했나이까, 저를 진흙으로 빚어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가 애원했나이까, 어둠에서 저를 끌어 올려 달라고?”
괴물이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들어요. 우리들에게 익숙한 미치광이 박사 (이른바 매드 사이언티스트) 이미지 또한 프랑켄슈타인이 거의 시초였다고 하니 여러모로 명작은 명작이네요.
2. 드라큘라가 실존 인물이라고?
드라큘라라는 캐릭터가 실은 실존인물에서부터 탄생 되었다면? 놀랍게도 드라큘라는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모티프로 삼은 인물이 존재해요. 예부터 중유럽과 동유럽에는 인간의 피를 빨아 먹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각 지역에 전해졌어요. 이를 아일랜드 태생의 작가 브램 스토커가 한 인물을 모델로 삼아 좀 더 각색하고 이야기를 덧붙여 만들어낸 것이 “드라큘라”죠.
브램 스토커가 모델로 삼은 인물은 15세기 루마니아 왈라키아 공국의 영주 블라드 체페슈예요. 블라드 체페슈는 사실 루마니아의 유명한 영웅 중 한 명인데요. 오스만 터키 제국이 쳐들어왔을 때 게릴라 전법으로 저항을 해 널리 이름을 알렸어요.
브램 스토커가 체페슈에게 꽂힌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그의 악명과 잔혹성 때문일 거예요. 이 영웅은 터키전에서 생포한 포로 수백 명을 기다란 꼬챙이로 잔인하게 찔러 죽이는 형벌을 시행했다고 하는데, 지금 들어도 잔인하지만 당시에도 혀를 내두르는 수법이었다고. 체페슈의 뜻이 루마니아어로 꼬챙이를 뜻한다고 하니 사실상 별명으로 불린 셈이에요.
또 다른 별명은 드라큘라였어요. 드라큘라라는 별명은 그의 아버지가 신성 로마의 황제로부터 ‘드라큘(Dracul,용) 기사단’의 기사로 임명 되었다는 것과 아들을 뜻하는 조사 ‘a’가 붙어서 탄생하게 됐죠. 드라큘라를 해석하면 즉 용의 아들이라는 뜻. 체페슈는 이 별명을 마음에 들어 한 모양인지 본인의 사인에도 ‘블라드 드라큘라’를 사용했다고.
하지만 이름이나 성향을 제외한 다른 요소들은 소설 속 인물과 완전히 달라요. 어디까지나 작가는 따지고 보면 드라큘라의 이름과 잔혹성만 빌려온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혈귀에게 물리면 똑같이 흡혈귀가 된다는 설정은 브램 스토커의 소설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드라큘라의 모습은 브램 스토커를 원조로 삼아도 좋을 거예요.
3. 진화론은 다윈만의 업적이 아니라고?
찰스 다윈은 ‘진화론’의 아버지라 불려요. 사람들에게 “진화론 하면 누가 떠오르나요?” 하고 물어보면 대다수는 다윈의 이름을 거론할 터.
하지만 진화론은 완전히 찰스 다윈만의 업적이 아니라고 해요. 진화론은 다윈 이전부터 계속 주장 되어 왔어요. 별이 진화해 왔다고 주장했던 찰스 라이엘이나 다윈의 조부 에라스뮈스 다윈도 지구는 인간이 나타나기 전부터 존재해왔고 동물들이 진화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죠. 이오니아 학파의 아낙시만드로스는 사람이 물고기로부터 탄생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유구한 역사를 가져온 진화론이었으나, 입증할 도리가 없었고 이를 다윈이 비글호 항해를 통해 증명해냄으로 사회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거예요. 이전의 이론들과 다윈의 주장이 가진 큰 차이점은 ‘자연선택’이에요. 인위적인 선택인 교배와 같은 현생상이 생존 경쟁을 거쳐서 일어난다는 거죠. 헌데……이 또한 다윈 혼자만의 업적은 아니라고 해요.
이 내용을 같이 저술한 이가 있는데 그의 이름은 “앨프레드 러셀 윌리스”예요. 윌리스는 가난한 생물학자였음에도 계속해서 탐구를 해나갔고 수집한 진화론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다윈에게 편지로 보냈어요. 다윈 또한 이를 무시하지 않고 받아들여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이론을 만들어냈죠.
만약 윌리스가 다윈과 비슷한 환경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종의 기원은 윌리스의 이름으로 더 널리 퍼질 수 있었을까요? 슬프지만, 생존경쟁의 입장에서 본다면 다윈이 최종적으로 자연히 선택된 것이고 윌리스가 도태되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다윈이 본인만의 업적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아 다행이라고 봐야 하는 걸까요? 만약 그랬다면 억울한 윌리스가 드라큘라처럼 관에서 벌떡 일어나려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룩말 에디터 lookma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