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통계가 재편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가 각기 따로 관리하던 투자 통계를 앞으로는 분기별로 통합 통계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딱히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이미 2019년부터 벤처캐피탈협회를 중심으로 민간 벤처투자협의회를 꾸려 범부처 벤처투자와 펀드 결성 실적을 집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첫 실적 집계가 이뤄진 것은 협의회가 출범한지 한참 뒤였다. 전년 실적을 이듬해 6월에나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려는 각 부처의 비협조적 태도가 주된 원인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2020년 무렵부터 벤처투자 시장은 유례없는 활황을 겪었다. 굳이 통계가 없어도 벤처투자시장이 뜨겁다는 사실은 누구나 체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과 2년여 만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투자심리는 꺾였고, 시장 참여자 모두 얼마나 투자심리 위축이 장기화할지에 대해 우려한다. 분기 단위로 발표하는 반쪽짜리 통계만 기다리기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정부도 그제서야 미뤄뒀던 숙제를 풀기로 했다. 어떤 양식으로 통계를 집계할지, 부처간 투자 실적을 통합 집계하기로 한 결정을 법령에 넣을지 말지 여부를 이제야 살피기 시작했다.
통계 확보는 시장을 선진화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정확한 진단 없이 내린 처방이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긴 어렵다. 이번 시도가 단순히 두 부처가 통계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신기술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창업기획자, 개인투자조합, 창업·벤처 사모펀드까지 제각기 다른 법률로 규정돼 있는 벤처투자 관련 불합리한 규제를 일제히 살펴야 할 때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민간모펀드, 벤처대출, 실리콘밸리식 금융기법, 복수의결권까지 벤처·스타트업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가 대거 도입을 앞두고 있다. 빈약한 땅에 올린 집은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