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위법 행위 판단기준과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심사지침을 개정·시행한다. 기업의 거래 행위를 법령 취지보다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한 대법원판결 등을 반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을 개정해 2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부당한 이익’의 구체적 판단기준을 마련해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을 야기하는 부당한 내부거래를 억제한다. 또 물량 몰아주기 요건과 예외 규정을 법령에 맞게 정비하는 등 효율적이고 정상적인 내부거래는 활성화한다.
공정위는 그간 사익편취 규율 대상·행위 요건이 성립하면 별도로 부당성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법을 적용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업집단 한진(대한항공), 하이트진로 등의 사익편취 사건에서 총수 일가에게 제공된 이익이 부당하다는 사실이 추가로 입증돼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최근 일련의 대법원 판결을 반영해 사익편취행위의 ‘부당성 판단기준’을 심사지침에 구체화했다. ‘제공주체·객체 간의 관계, 행위의 목적·의도 및 경위, 귀속이익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익편취의 ‘부당성’을 판단하도록 규정했다.
공정위는 ‘물량 몰아주기’와 관련해 ‘합리적 고려나 비교’ 요건도 법령에 맞게 선택적 요건으로 개정했다. 현행 법령은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또는 ‘합리적 고려’ 중 하나만 만족하면 물량 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심사지침은 양자를 모두 만족하여야 하는 것처럼 기재돼 법령 대비 엄격한 요건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이번 개정을 통해 기업들은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 고려’ 또는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중 하나만 거치더라도 물량 몰아주기의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물량 몰아주기 예외 사유에 대해 법령 조문보다 엄격한 내용으로 설명한 심사지침 규정을 개정했다. 현행 심사지침은 예외사유로서 ‘긴급성이 요구되는 거래’를 ‘불가항력의 경우’에만 한정하고 있었다. 이번 개정안은 ‘불가항력’에 이르지 않더라도 회사입장에서 객관적·합리적으로 예견하기 어렵거나, 현저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는 회피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에 의해 사건이 발생한 경우도 긴급성 예외에 포함시켜 시행령 규정에 맞게 예외 범위를 현실화했다.
또 물량몰아주기의 예외인 효율성, 긴급성 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들을 심사지침에 예시로 추가했다. 긴급성 예시로 전산망이나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시설에 화재 등 사고로 장애가 발생해 이를 방치할 경우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이나 기업의 사업 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신속한 대처가 필요한 경우도 포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대기업집단 정책의 효과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
이준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