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이 대규모 R&D 자금을 저금리로 대출받아 성과를 창출하고, 이후 상환하는 융자형 R&D 제도가 도입된다. 기존 정부 예산 출연 중심 R&D 자금 지원 체계를 투자·융자·후불형 등으로 다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이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 R&D 투자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다. 내년부터 시행할 제5차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계획에 해당 내용을 담는 것이 목표다.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계획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5년마다 수립하는 기본전략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과기술자문회의에서 최종 의결한다. 올해로 4차 계획이 종료된다.
차기 촉진계획에는 기존 정부 예산 출연 일변도의 R&D 지원 방식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담긴다. 우선 논의되는 것은 융자형 R&D다. 기술보증기금에서 사업 추진을 위한 전문가 협의체를 꾸리고 해외 지원 사례 연구에 들어갔다.
융자형 R&D는 정부가 R&D 재원 일부를 은행에 예치하면 선정된 기업이 은행거래를 통해 R&D 자금을 공급받는 형태다. R&D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원리금을 상환한다. 비교적 성공 가능성이 있으면서도 출연 대비 큰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화 단계 R&D, 기술개선형 R&D에 적절한 방식으로 평가 받는다. 기업 책임이 커지는 만큼 실패시 원리금 상환의무를 경감하거나, 기술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세부 논의가 한창이다.
앞서 도입된 투자형, 후불형 등 비출연 방식 지원 체계도 다양해질 전망이다. 투자형 R&D는 융자형 R&D와 달리 상환 의무가 없는 대신 지분 보유 기간 동안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지분 매각대금으로 재원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다만 통상적인 지분 투자로 확보한 자금 대비 활용도가 떨어져 일부 창업자에게는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후불형 R&D는 기업자금으로 R&D를 우선 수행한 뒤 성공조건을 달성하면 투입 비용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기업 선호에 따라 R&D 자금 지원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 기본 구상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R&D 지원 방법을 다각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융자형을 비롯해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R&D 체계 도입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R&D 지원 방식 개편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는 정부 출연 R&D 자금으로 연명하는 부실기업을 줄이고, 정부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간 중소기업 R&D는 소액살포식 지원으로 인해 전체 자금 투입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성장에 따라 시장친화적인 형태로 R&D 자금을 다양하게 공급함으로써 효과는 물론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고위험군이나 기술혁신 과제에는 민간과 시장 기능을 적극 도입하는 것이 기술혁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