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업계가 앞 다퉈 고효율 가전 출시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소비자 이용 확산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효율 가전 이용을 확산할 경우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구현은 물론 기업의 연구개발(R&D)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정부의 활성화 정책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등 고효율 가전이 급속도로 확산된 계기는 2020년 정부가 시행한 전 국민 대상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 사업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기존 기초생활수급자 등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고효율 가전 구매 지원 사업을 전 국민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확대 실시했다. 에너지 소비 1등급 가전 구매 시 최대 30만원을 환급하는 게 주 내용이다.
사업 시행 후 고효율 가전 구매는 줄을 이었고, 그해 출시된 에너지 소비 1등급 가전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당시 정부가 투입한 예산은 3000억원이었지만, 직·간접적 경제 효과는 10배가 넘는 3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조2000억원은 중소 부품사로 흘러가 낙수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 업계는 에너지 절감과 탄소중립 구현은 물론 제조사의 고효율 가전 개발·출시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2020년처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효율 가전제품 환급 사업은 2020년 전 국민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운영하다 현재는 에너지 소외계층 대상으로 되돌아 왔다.
미국과 유럽은 탄소중립을 위해 가전의 에너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규제 강화뿐 아니라 도입 확산을 위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실제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고효율 가전 구매 가구에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일부 주정부에서는 고효율 가전제품을 개발·공급한 기업에 에너지 절감 효과를 분석해 인센티브까지 제공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상을 일부 계층으로 제한한 구매 지원 정책만 있을 뿐 기업을 위한 지원책은 없다.
정부도 고효율 가전 확산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최근 현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환급 사업성과 분석에 착수했다. 2020년 전 국민 대상으로 실시했던 것과 비교해 이용 확산, 친환경, 경제적 효과 등을 면밀히 분석해 필요시 제도 개선까지 검토할 방침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사례를 분석해 고효율 가전 제조사 지원을 위한 정책까지 고민 중이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고효율 가전이 일반 가전 대비 고가인 상황에서 구매력이 낮은 에너지 취약계층보다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제조사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국가차원에서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구현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에너지 규제에 선제 대응할 R&D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