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해양 과학자들이 서호주 닝갈루 지역의 고래상어를 연구하던 중 일부 고래상어와 ‘공생 관계’를 형성했다. 고래상어는 연구원들이 청소하기 쉽도록 헤엄 속도를 늦추는가 하면, 민감한 입술 피부를 만지는 것을 허락해주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UWA) 연구진이 지난 14일 국제학술지 ‘피쉬’(fishes)에 발표한 논문에 담겼다.
현존 어류 중 가장 몸집이 큰 고래상어는 몸길이가 최대 18.8m까지 자란다. 고래처럼 거대한 몸집과 여과 섭식(바닷물과 함께 플랑크톤 등을 빨아들여 아가미로 걸러 먹이를 섭취하는 방식) 때문에 고래라고 오인하기 쉽지만 상어다.
고래상어는 선박충돌, 사냥, 환경오염 등에 의해 위협받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기’(Endangered; EN) 단계로 등재돼 있다.
하지만 성체가 된 고래상어가 어디로 가는지, 산란 장소는 어딘지, 주요 식량이 무엇인지 등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아 보존 계획 마련이 어려운 상태다.
이에 연구원들이 집중한 것이 고래상어 껍질을 먹고 자란 ‘기생성 요각류’다. 요각류는 고래상어에 달라붙은 채로 함께 이동하기 때문에 먹이 등 수많은 정보를 저장하고 있어 일종의 생물 ‘블랙박스’다.
호주 해양과학연구소(AIMS)와 UWA 연구진은 지난 6년간 닝갈루 산호초 지대에 서식하는 고래상어 72마리로부터 ‘기생성 요각류’를 채취해 고래상어의 식생활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고래상어에게 물릴 위험은 거의 없지만, 계속해서 헤엄치는 거대한 생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이기 때문에 연구진은 당초 요각류 채취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연구진들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요각류의 채취는 예상보다 쉬웠다. 고래상어가 연구원들을 보고 속도를 늦추거나 멈췄기 때문에 안전 걱정 없이 요각류를 긁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연구원들의 작업이 끝난 것 같으면 유유히 사라지기도 했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마크 미칸 박사는 “고래상어는 우리(연구원)를 보고 ‘도대체 저 헤엄도 못 치는 것들은 뭐지’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리고 요각류를 긁어내기 시작하면 ‘세상에, 나 지금 너무 깨끗해’라며 만족한 것 같다”고 전했다.
고래상어의 피부에 요각류가 많이 번식하게 되면 물에 대한 저항이 늘어나 헤엄을 치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피부 표면에 상처를 내 염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기생생물들은 빨판상어같은 청소어종이 제거해준다. 그러나 청소어종은 평평한 표면에 달라붙기 때문에 입 주변부나 지느러미와 같은 곳까지는 청소해주지 못한다.
반대로 말하면, 청소어종이 닿지 못한 부분에는 기생생물이 많이 남아있어 연구원들이 샘플을 채취하기 안성맞춤이다. 연구원들이 작은 플라스틱 칼로 구석구석 기생생물을 뜯어내 주자 고래상어도 이에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칸 박사는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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