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글로벌 웹브라우저 시장을 주름잡던 넷스케이프의 창업자 마크 안데르센은 2011년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을 통해 “소프트웨어(SW)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SW가 다양한 산업에서 경쟁의 법칙을 바꾸고 기존의 시장질서를 파괴하는 현상들이 등장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많이 회자됐다.
그러나 최근 챗GPT 등 인공지능(AI)이 많은 관심을 받으며 더 많이 회자되는 말이 있다. 바로 “SW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 그러나 AI가 SW를 먹어치울 것이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 but AI is going to eat software)”라는 엔비디아의 최고 경영자인 젠슨 황의 주장이다. 즉, 이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AI 시대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MS,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경제와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SW 기업 혹은 SW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기업은 모두 AI 분야에 진출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일상 속에 자리잡으며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앞서 언급된 기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건설업·농업·교육서비스업 등 사실상 모든 산업 영역에서 AI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듯 AI는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AI가 주도하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 차세대 기술·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AI 분야는 승자독식의 특성이 큰 산업이라는 점에서, 현 단계에서의 글로벌 경쟁력 선점을 위한 각국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우리나라 정부도 AI 강국으로 도약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올해 1월 ‘인공지능 일상화 및 산업 고도화 계획(안)’을 발표한 데 이어, 4월에는 ‘초거대 AI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발표된 전략은 정책 목표와 방향성, 그리고 추진과제를 제시한 것이며, 구체적 실행계획은 연중 확정·발표될 예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국내 AI 수요를 창출·확대하는 것이 아마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여진다.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키우고 그 경쟁력을 세계시장에서 발휘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실행목표는 역시 ‘AI 일상화’ 실현이다. 즉, AI를 국민 일상, 산업, 공공 등 전반으로 확산해 대규모 AI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AI 기술력 측면에서 최근 몇 년 주요 선진국을 빠르게 추격해왔으며, 이제는 주요 선진국을 위협할 만큼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높아진 기술수준과 달리, 개인과 기업의 AI 활용도는 저조한 상황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국민의 AI 이용률은 약 42.4%로 전년 대비 10%p 가량 증가하였으나, 여전히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IBM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22년 인공지능 도입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AI 도입률은 세계 기업의 평균 도입률(34%)을 하회하는 22%로 확인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상용 AI 제품·서비스가 국민 생활과 산업 현장 곳곳에 적용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며, 동시에 산업계 수요에 대한 체계적 조사·연구를 통해 활용도 높은 AI 기술이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가 AI 강국으로 가는 길에 있어 정부 노력만큼이나 기업과 국민의 참여가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 개인부터 정부까지 모든 구성원이 함께 위기를 돌파해나가야 한다는 건설적 인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봉강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강남대 글로벌경영학부 강사 bk91@spr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