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창업주 앨론 머스크는 기인적 행동을 많이 하는 CEO다. 그가 투자한 기업들, 그가 하는 행동을 봐서는 외계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 그가 자신이 하루에 얼마의 시간을 일하는지 어느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하루 평균 20시간이다. 4시간 잠자는 시간을 빼고 앨론 머스크가 일하는 시간은 20시간이나 되며, 휴일도 없이 주 140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그가 진짜 20시간을 일하는 가에 대한 팩트 체크를 떠나서 이 메시지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고 있으며, 숏츠영상으로 만들어져 SNS에 돌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많이 일하고 적게 일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이제껏 같은 공간 내에서 서로의 시간을 약속으로 정해왔다. 법적으로는 하루 8시간의 근무시간을 보장받는다. 산업혁명시기 이후 지나친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을 착취하는 것을 막기 위한 사회적 안정장치다. 그러나 이 8시간의 함정에 빠지면서 경영자와 근로자 간 갈등도 있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수다를 떠는 시간이나 출근해 근무를 준비하는 시간 등이 8시간 내에 포함될 것인가에 대한 관점이다. 창의성이나 업무속도, 집중도 또한 갈등의 소지가 있다.
포드시스템이 가동되는 직업의 경우 기계적으로 함께 일하고, 함께 쉬는 시스템으로 운영될 때 8시간은 중요한 약속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근로자의 안정된 생활을 최소로 보장하는 것 외에 8시간이라는 숫자는 스타트업들에게는 무의미한 숫자다. 어느 창업자가 하루 10시간을 카페에 앉아 사업계획서를 작성한다 치자. 밥도 먹지 못하고, 화장실도 한 번밖에 가지 못하고 온 정신을 집중해 내일 제출할 50장의 PT자료를 수정해 나아간다. 그런 그에게 단지 10시간 일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가 쓴 10시간의 밀도는 절대적 10시간이 아니다. 야근까지 해서 꼬박 3일이 걸리는 업무의 양을 단지 10시간 만에 해낸 것이다. 이미 우리는 시험 전 분치기, 초치기의 경험을 통해 시간을 늘려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상대성이론을 떠나서라도 썸을 타며 설레는 사람과의 데이트 시간은 매우 짧게 지나간다는 것도 알고 있다.
지금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 시간의 밀도 즉, 시간을 늘려 사용하는 기술이다. 시드 투자를 받고 서비스나 제품을 론칭하기까지 대략 1년여의 시간이 걸린다. 솔직히 초기 자본 외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력이나 인프라, 인맥을 새로이 쌓아야 하는 스타트업들에게 1년이란 절대적인 시간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반면 스타트업들에게 시간은 곧 비용을 의미한다. 시간이 갈수록 시간지출이 자금지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게 1년을 3년처럼 사용하는 지혜와 능력이 필요하다. 자기 아이템에 대한 설렘을 유지하면서 시험 전 분치기의 집중도로 시간을 중복해서 사용해야 한다. 어느 대형 프로젝트 개발자는 3달 동안 방 안에서 나오지 않으면서 심지어 세수도 잘하지 않는다고 한다. 세수할 때 자신이 설계하고 있는 알고리즘 코드가 100개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업무 중에도 음악을 들으며 업무와 힐링을 함께 해야 한다. 목욕이나 운동 중에도 메모장은 옆에 두고 스치며 생각나는 창조의 조각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사업계획이 펼쳐져야 한다.
이제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은 하루 8시간이라는 절대적인 시간에서 벗어나 일에 대한 집중도와 멀티태스킹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앨론 머스크가 자신은 하루 50시간을 일한다고 인터뷰했다면 아마도 스타트업에게 더 큰 경종을 주었을 것이다. 하루 50시간이 스타트업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강력하다. 자기 아이템에 대한 사랑과 집중력이다. 앨론 머스크의 인터뷰를 보면서 혹 스타트업이 자기 아이템에 대한 사랑이 식어가고, 이에 따라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는지,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이들이 8시간의 함정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dhnawoo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