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이 우리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디지털 속도 만큼이나 혁신 산업과 서비스도 창출되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기존 전통과 혁신이 충돌한다. 과거 타다 택시 서비스가 그랬다. 지금도 법률 서비스를 두고 변협과 스타트업 갈등이 이어진다. 문제는 이같은 영역 싸움에도 사회와 과학은 진화한다는 점이다. 결국 소비자 선택에 판가름이 난다. 타다 서비스 모델은 사라졌지만, 택시 기사 행복지수는 올랐는가.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 사회에 시사한 바가 적지 않다. 온라인 교육이 일반화됐다. 줌 수업혁명이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학생들은 적응이 빨랐다. 전염병은 일반인과 환자의 자유로운 병원 출입도 불허했다.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비대면진료 가능성을 확인했다. 부분적으로 한시 허용됐다.
엔데믹 시점에서 우리 사회는 새로운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비대면진료에 대한 우려와 걱정도 이해가 된다. 의료사고 및 진료 리스크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막연한 반대는 합리적이지 않다. 때문에 비대면진료를 수행한 전문의들의 의견은 경청할 대목이 있다.
이들은 ‘초진이 재진보다 진료 리스크가 더 높다는 인식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초·재진 모두 오진 등 진료 리스크가 있는 만큼 초진을 비대면진료 범위에 포함하고, 변화하는 비대면 환경에 맞게끔 의료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견에는 의사와 환자가 합리적 판단을 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가령 위험성이 있는 환자에겐 방문진료를 권고한다. 환자 역시 스스로 중환일 것으로 판단되면 내원한다.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것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 사회적 동의의 장이 잘 마련되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 서비스의 제도권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문화도 있다. 우리 사회가 합리적 토론을 통해 미래 의료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