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패턴(dark pattern)’이 온라인 시장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련 부처는 2023년 업무보고 등을 통해 다크패턴에 대한 규제를 예고한 바 있다. 지난달 공정위는 ‘온라인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다크패턴의 명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온라인상의 사업자 이익을 위한 눈속임 상술 또는 이를 위해 설계된 온라인 사용자환경(UI)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다크패턴은 규제대상을 명확히 설정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
첫째, 명백한 소비자 기만행위로 분류할 수 있는 유형이다.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하면서 별도의 고지 없이 유료로 자동갱신되도록 하는 행위(숨은 갱신), 계약체결·회원가입 등의 절차보다 그 취소·해지·탈퇴 등 절차를 복잡하게 설계하거나 방해하는 행위(취소·탈퇴방해) 등이 해당한다.
둘째, 명백한 소비자 기만행위인지 허용되는 마케팅인지의 판단이 그 자체만으로는 어려운 유형이다. 첫 화면에 금액의 일부만을 표시해 소비자를 유인한 후 최종금액을 표시하는 행위(순차공개 가격책정), 소비자에게 불리하거나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항목(옵션)을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표시해 소비자로 하여금 그 선택항목이 유일한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잘못된 계층구조) 등이다.
셋째, 허용되는 마케팅으로 분류가 가능한 유형이다. 검색 후에 관련 상품광고가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표시되도록 하는 행위, 재고 소진이 임박했다거나 할인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등으로 표시해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압박하는 행위 등이다.
이들 유형 가운데 규제대상의 설정이라는 관점에서 문제되는 것은 제2유형이다. 합법과 불법, 마케팅과 기만적 상술의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거짓 정보나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했고 이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계약을 체결했다면 현행법상으로도 규제대상이 될 수 있으나,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장애가 없다면 명백한 소비자 기만행위로 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발표된 공정위 정책방향이 주목된다. 공정위는 다양한 다크패턴의 유형 가운데 규율의 법적 근거가 필요한 6개 유형을 제시하면서, 이에 대해서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정위는 현행법으로 규제가 가능하다고 본 제1유형 중 일부(숨은 갱신, 취소·탈퇴방해)에 대해서도 규율의 법적 근거가 별도로 필요하다고 하고 있고(2개), 제2유형에 포함돼 그 자체만으로는 규제대상인지의 판단이 어렵다고 본 행위(4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규율의 법적 근거가 별도로 필요하다고 명언하고 있다.
제1유형은 규율의 법적 근거를 새로 마련할 필요는 없다. 이 경우에 필요한 것은 현행법 해석의 자신감과 법집행에 대한 의지이다. 제2유형의 경우에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들은 사업자 행위의 기만성의 정도에 따라 현행법에 의한 규제의 대상이 되거나 허용되는 마케팅 영역이 될 수도 있는 유형이다. 따라서 이들을 일률적으로 규율의 법적 근거가 별도로 필요한 행위유형으로 분류한 것은 다소 섣부른 감이 있다. 정부 연구용역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전문가들과 사업자들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
약 10년여 년 전에 ‘소셜커머스’라는 혁신적 비즈니스모델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식당의 상품권 등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는 비즈니스모델이었는데, 사용기간이 짧아 낙전수입이 발생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공정위는 소셜커머스 사업자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실시했고, 결국 이 비즈니스모델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소비자에게 사용기간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이뤄졌다면 소비자후생이 컸던 만큼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시장이 붕괴되면 소비자보호는 의미가 없다. 나날이 진보하는 디지털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혁신을 해치지 않으면서 소비자보호를 실현할 수 있는 균형감각과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희석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kshskm@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