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외국에 있는 데 협의이혼을 할 수 있나요?”
필자는 변호사다. 이혼소송을 해 본 적도 있다. 그러나 이 질문에 바로 답하기는 어렵다. 만약 의뢰인이 이런 질문을 한다면 “검토해보고 알려주겠다”고 대답할 것 같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해 인공지능(AI) 챗봇이 대답을 한다. 그것도 즉문즉답이다. 실제로 물어보니 챗GPT도, 구글 바드(Bard)도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다만 챗GPT는 국가별로 상이하다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고, 구글 바드는 미국법에 존재하는 영상통화를 언급했다.
국내에는 필자가 운영하는 리걸테크 회사 로앤굿이 국내 최초로 AI 법률상담 서비스 ‘로앤봇’이라는 AI챗봇을 출시했다. 다행히 로앤봇은 챗GPT나 바드보다 국내법에 더 부합하는 답을 내놓았다.
변호사이면서 동시에 리걸테크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생성형 AI의 등장은 ‘언어의 장벽’, 그리고 ‘지식의 장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대항해시대 서막처럼 느껴졌다.
지금까지 소프트웨어는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업무에 가까웠다. 질문자가 ‘협의이혼 외국’을 검색하면, ‘협의이혼’과 ‘외국’이라는 키워드를 많이 보유한 콘텐츠를 불러오는 정도였다. 질문자 의도나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고, 궁극적으로 찾는 답변을 할 수도 없었다. 특히 복잡한 논리와 용어로 이뤄진 전문지식 영역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이제 AI는 ‘외국에 거주하는 남편과 협의이혼이 가능한지’에 답변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대항해시대 첫 목표지점이 한국 법률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구글, 오픈 AI 등 글로벌 AI 회사들은 현재 한국 시장에 가장 관심이 뜨겁다. 구글은 영어에 이어 2번째 언어로 한국어를 지원했다. 외국어 중 가장 먼저 지원하는 것이다. 그 이유로 ‘최첨단 IT기술을 보유한 흥미로운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픈AI의 CEO 샘알트만 역시 곧 한국을 방한한다. IT업계에서 한국, 특히 서울은 IT소통 속도가 가장 빠른 최적의 테스트베드라고 한다.
나아가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 생성형 AI로 대체될 영역으로 법률, 행정 분야를 1순위에 꼽았다. 이 분야는 사람 의존도가 큰 동시에 대부분 ‘텍스트’ 기반으로 업무가 진행된다. 실제로 해외 리걸테크 업계는 현재 생성형 AI 적용에 분주하다. 일본 법률 플랫폼 벤고시닷컴은 2분기 중 대화형 AI 법률상담 서비스를 내놓는다고 한다. Kira, Lawgeex와 같은 미국 리걸테크 회사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계약서 검토, 법률서류 작성 등 서비스를 이미 출시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AI 대항해시대의 희망봉, 한국 법률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라는 흥선대원군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변협 회장은 취임사에서 “변호사는 선비이고, 법률시장은 선비인 변호사가 독점하는 시장”이라고 일갈했다.
변협은 AI는 커녕 온라인 플랫폼조차 인정할 수 없다며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징계를 강행하고 있다. 또 2년 전에는 AI 형량예측 서비스에 참여한 변호사를 징계하겠다고 해 결국 서비스가 종료됐던 사례도 있다. 무료로 제공돼 불법은 아니니, 징계라는 칼을 빼든 것이다.
다행히 과거 조선시대와 다른 부분이 있다. 흥선대원군이 왕따라는 사실이다. 지난 2년간 경찰, 검찰은 로톡에 무혐의 결정을 했다. 법무부는 ‘광고형 법률 플랫폼은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변협의 징계 근거규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변협에 20억원의 최대한도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 100년간 이 나라가 선비가 주인인 ‘조선’에서 IT강국인 ‘대한민국’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고집스러운 흥선대원군도 최근에는 내심 시름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들은 유튜브에 광고를 올리고, 챗GPT라는 로봇은 협의이혼에 대한 법적인 답변을 이미 내놓고 있으니 말이다. 과거처럼 항구를 걸어 잠근다고 해서 막을 수도 없고, 구글이나 오픈AI를 고발할 수도 없다. 과연 흥선대원군이 최근 등장하는 생성형 AI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민명기 로앤굿 대표 mgmin@lawandgoo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