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달 1일부터 시행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재진 환자 중심으로 실시한다. 논란이 됐던 소아의 야간·휴일 비대면 진료는 의학적 상담은 허용하지만, 처방은 할 수 없다. 약 배송도 원칙적으로 막고, 거동 불편자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한다. 비대면 진료 수가는 일반진료보다 30% 비싼 130%를 적용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이같은 내용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내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되면서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는 종료하고,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른 제한적 범위로 실시한다.
시범사업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해당 질환에 대해 1회 이상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30일 이내)를 중심으로 시행한다.
만 18세 미만 소아 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때 재진이 원칙이다. 다만 휴일과 야간, 평일 오후 6시(토요일 오후 1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사이에는 초진이 가능하게 했다. 위급 상황 등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의사에게 비대면으로 의학적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처방은 불가하다.
비대면 진료 초진은 섬·벽지 거주자, 65세 이상 노인은 장기요양등급자, 장애인복지법 상 등록장애인, 격리 중인 감염병 확진 환자 등만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 중, 병원급 진료가 불가피한 희귀질환자(1년 이내), 수술·치료 후 지속적 관리(30일 이내)가 필요한 환자에 한해 예외적으로 비대면진료를 실시할 수 있다. 비대면 진료는 영상 진료가 원칙이며 예외적으로 음성전화도 가능하다.
약 배송은 기존에 플랫폼 업체에서 약국을 자동으로 정해주는 ‘자동배정’을 금지했다.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처방전이 팩스·이메일 등으로 송부된다. 약 수령은 원칙적으로 본인 수령, 대리 수령이 가능하다. 재택 수령은 섬·벽지 환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 질환자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 수가는 진찰료의 30%를 더해 책정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진찰료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리료를 더한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약국에는 약국관리료 및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의 30% 수준으로 시범사업 관리료를 가산해 지급한다.
복지부는 “코로나 전에 한시적 비대면 진료에 적용하던 수가 130% 수준과 동일 수준”이라며 “시범사업을 하면 의료기관 등이 추가적으로 업무 부담이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30%를 가산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와 약국의 비대면 조제 건수 비율을 30%로 제한해 비대면 진료만 전담하는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운영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시범사업은 6월1일부터 3개월 간 환자와 의료기관 등의 시범사업 적응을 위한 계도기간으로 운영한다. 계도기간 3개월 동안은 단속이나 제재 등을 최소화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향후 의약계, 전문가 논의를 통해 시범사업 성과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 발전시켜 안정적인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