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스웨덴서 나타난 흰돌고래…정체는 전직 러시아 스파이?

2019년 노르웨이 북부에서 발견된 벨루가 ‘발디미르’. 몸에 러시아 장비를 탑재한 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원웨일
2019년 노르웨이 북부에서 발견된 벨루가 ‘발디미르’. 몸에 러시아 장비를 탑재한 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원웨일
2019년 노르웨이 북부에서 발견된 벨루가 ‘발디미르’. 사람 손을 탄 흔적과 러시아 장비를 달고 있어 ‘동물 스파이’로 의심받고 있다. 사진=원웨일
2019년 노르웨이 북부에서 발견된 벨루가 ‘발디미르’. 사람 손을 탄 흔적과 러시아 장비를 달고 있어 ‘동물 스파이’로 의심받고 있다. 사진=원웨일

지난 2019년 러시아 장비를 부착한 채로 북유럽 바다에서 발견돼 ‘동물 스파이’로 유명해진 벨루가(흰돌고래)가 4년 만에 다시 스웨덴 해안에 나타났다고 2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 흰돌고래의 이름은 ‘발디미르’. 지난 2019년 봄에 노르웨이 북부 핀마르크 지역에서 어부들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 돌고래의 몸에는 액션 캠을 끼울 수 있는 홀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로 표시된 띠가 둘러져 있었다.

노르웨이는 ‘고래’를 뜻하는 노르웨이어 단어 ‘발’(Hval)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 ‘디미르’(dimir)를 붙여 ‘발디미르’(Hvaldimir)라는 별명을 이 돌고래에게 지어주고, 몸에 두른 띠를 제거해줬다.

발디미르는 사람 손을 탄 듯이 행동했으며, 몸에 러시아 장비가 탑재된 띠를 두르고 있어 러시아 해군의 스파이 훈련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미국 해군 연구소의 잠수함 분석가와 워싱턴포스트(WP)가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흑해 항구 입구 주변을 순찰하고 있는 러시아의 돌고래 몇 마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 측은 발디미르가 러시아의 스파이라는 추측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발디미르는 이후 3년여에 걸쳐 천천히 노르웨이 북부 해안에서 남쪽으로 움직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다 최근 몇 달 동안에는 갑자기 속도를 높여 노르웨이 해안을 지나쳤고, 스웨덴 해안까지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디미르를 지원하고 있는 단체 ‘원웨일’(OneWhale)의 해양생물학자 세바스티안 스트란드는 “발디미르가 왜 지금 이렇게 속도를 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짝을 찾으려는 호르몬 작용일 수도 있고, 외로움 때문일 수도 있다. 벨루가는 대단히 사회적인 종이므로 다른 벨루가들을 찾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발디미르는 13~14세로 추정되며 전문가는 이 나이가 “호르몬이 많을 시기”라고 설명했다. 벨루가 수명은 40~60년 정도 된다.

한편,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등 세계 각국은 오래 전부터 ‘동물 스파이’를 활용해왔다.

그 중에서도 돌고래는 대표적인 스파이 동물이다. 영리한데다 뛰어난 민첩성과 정교한 수중 음파 탐지 능력을 갖추고 있어 바닷속 순찰 등 다양한 작전에 투입됐다. 미국은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70년에 적군이 탄약 부두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해군이 훈련시킨 돌고래를 투입했으며, 2003년에는 기뢰(바다에 설치한 지뢰)를 식별하기 위해 돌고래 9마리를 페르시아만 이라크 항구로 투입시키기도 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