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가전 렌털료 릴레이 인상

원자재 가격 인상·수요 둔화 겹쳐
코웨이, 10년 만에 주력제품 인상
세라젬 안마의자 2종 월 1만원↑
SK매직·교원 웰스 등 뒤이어 가세
소비심리 고려 대대적 프로모션
인상 효과 미미…하반기 행보 관심

물가 상승으로 소비심리가 바닥을 친 가운데 가전 렌털료까지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지속된 원자재 가격 인상에 더는 못 버티겠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국내 렌털 업계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년간 저가 경쟁을 펼쳐 왔는데 원자재 가격 인상과 갑작스러운 수요둔화까지 겹치면서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심 끝에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시름은 더 깊어진다. 얼어붙은 수요를 회복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프로모션을 실시하다 보니 오히려 인상 전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결국 업계 최대 성수기인 4~5월을 노린 가격 인상이라는 부정적 인식만 소비자에게 심어준 꼴이 됐다. 하반기 추가 요금 인상도 배제할 수 없지만 품목 확대와 해외시장 공략에 우선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코웨이 ‘스타트’...사상 첫 릴레이 인상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쇼룸에서 고객이 신제품 얼음정수기를 체험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쇼룸에서 고객이 신제품 얼음정수기를 체험하고 있다.

국내 가전 렌털요금 인상은 올 초 코웨이가 스타트를 끊었다. 코웨이는 지난 1월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연수기, 매트리스 등 주력 제품 월 렌털료를 1000~3000원씩 일괄 인상했다. 코웨이가 렌털료를 상향 조정한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뒤를 이어 2월 세라젬이 V6, V4 등 주력 의료기기 안마의자 월 렌털료를 1만원씩 인상했다. 세라젬은 두 제품의 일시불 판매 가격 역시 4%가량 인상한 바 있다.

성수기로 꼽히는 4~5월에 렌털 요금 인상이 집중됐다. 4월에는 SK매직이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안마의자 등 8개 품목의 월 렌털료를 1000~3000원씩 올렸다. 교원 웰스의 경우 4월에는 매트리스 3종을 월 4000원씩, 5월에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 제품 가격을 월 1000~4000원씩 인상했다. 쿠쿠홈시스 역시 지난달 대표 정수기 모델 4종의 월 렌털료를 2000~3000원씩 올렸다.

국내 가전 렌털 업계가 비슷한 시기에 일제히 요금을 상향 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년 만에 가격을 올린 코웨이를 비롯해 SK매직과 교원 웰스, 세라젬 등은 브랜드 출범 이후 처음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원자재 압박 속 실적 방어 불가피”

가전 렌털 업계가 요금을 인상한 것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지속된 원자재비용 압박과 수요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올해 1분기 코웨이의 원자재 매입 비용은 132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원자재비용이 오르기 전인 2020년 1분기와 비교해 24.8% 증가했다. SK매직 역시 2020년 1분기와 비교해 올해 원자재 매입에 쓴 예산은 27.9% 늘었다.

생산량 확대에 기인한 원자재 매입 비용 증가는 긍정적 요소지만 현재처럼 수요 둔화 국면에서는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 올해 1분기 코웨이(1.7%), SK매직(-45.3%), 쿠쿠홈시스(-22.8%) 등 대부분의 가전 렌털 업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비슷하거나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여기에 국내 렌털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도한 가격 경쟁, 마케팅 비용 지출 등이 누적되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렌털료 인상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서울 강동구 T팩토리 천호지점에서 고객이 다양한 렌털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 강동구 T팩토리 천호지점에서 고객이 다양한 렌털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가전 렌털 업계 관계자는 “렌털 시장은 장기간 안정적으로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경기를 잘 타지 않지만, 코로나 유행 이후 원자재 가격 인상 부담이 누적되면서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요금 인상을 단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요금 인상 무색...오히려 가격 인하 움직임도
국내 가전 렌털 업체별 요금 인상 현황
국내 가전 렌털 업체별 요금 인상 현황

가전 렌털 업계가 고심 끝에 요금 인상을 단행했지만 현재까지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비심리 회복이 간절한 상황에서 렌털료 인상으로 수요를 더 얼어붙게 할까 우려돼 업계가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웨이, SK매직, 쿠쿠 등은 5월 가정의 달 맞이 프로모션을 통해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주력 제품 렌털료를 10% 내외로 할인하고 있다. 일부 제품의 경우 할인가를 적용하면 오히려 렌털료 인상 전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렌털 업계 관계자는 “실적 방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했지만 소비 심리를 무시할 수 없기에 부득이 인상분을 상쇄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기료 등 모든 비용이 인상되는 상황에서 렌털료까지 올라 불만도 있겠지만,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고객은 실질적으로 인상을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추가 인상 여부도 관심이다. 인상 명분으로 내세운 원자재 가격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는 데다 연중 두 차례나 인상할 경우 소비자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인상 행렬에 동참하지 않은 LG전자, 청호나이스, LG헬로비전 등 행보가 주목된다. 이들은 일단 현 가격을 유지한다는 기조지만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 빠르게 대응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상반기 경쟁사의 인상 폭을 감안해 하반기 적절한 시기에 인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가격을 유지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소비자로부터 우호적인 브랜드 가치를 구축할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실제 휴테크는 5월 주력 프리미엄 안마의자 월 렌털료를 2만원 이상 파격적으로 낮췄다.

휴테크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가 가격을 인상할 때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춰 고객 부담을 줄이고 시장 경쟁력을 높일 기회로 삼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보다는 다양한 프로모션 등으로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