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K바이오’ 공략이 한층 거세졌다. 대규모 생산능력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위탁개발생산(CDMO)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도 특화된 CDMO 경쟁력을 알리는데 나섰다. 다양한 분야의 바이오 의약품 기술과 디지털 치료제 기업까지 일제히 글로벌 기업과 합종연횡을 모색한다.
5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개막한 ‘2023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 한국기업·기관이 500곳 이상이 참가했다. 작년 255곳 대비 2배 가까이 늘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국내 바이오 분야 투자 심리는 위축됐지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기술이전, 공동투자, 고객사 확보, 투자 유치 등 다양한 합종연횡 전략을 모색하려는 기업이 몰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프레스티지바이오그룹,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 등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을 상대로 CDMO 경쟁력을 집중적으로 알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1~4공장 60만4000리터 생산능력에 더해 5공장(72만리터)까지 총 100만리터 이상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글로벌 CDMO라는 점을 집중 조명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 차세대 주력 포트폴리오를 함께 소개하며 미래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는 참가기업 중 두 번째로 큰 167㎡(50평) 규모로 부스를 설치하고 메인 스테이지 계단을 이용한 광고 등 브랜드 노출을 극대화했다. 공급망 전반에 걸쳐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점도 강조하며 글로벌 CDMO 경쟁사 대비 차별화를 강조했다.
제임스 최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은 “해외 경쟁사들은 CDMO 사업 확대에 30여년이 걸렸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여년만에 해냈다”면서 “2032년까지 72만리터 생산능력을 확대해 글로벌 최고 수준 CDMO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라큐스 공장 제조기술과 공정개발 서비스, 국내 대규모 공장설립 계획 등을 집중 홍보하며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회사는 2026년까지 15만5000리터 규모 공장과 2000리터 규모 바이오리액터(SUB) 생산시설을 갖추고 2028년 27만5000리터, 2030년 39만5000리터 규모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마이클 하우슬레이던 롯데바이오로직스 미국법인장은 “고객사 확대와 생태계 조성 차원에서 시라큐스 공장 내에 바이오벤처 클러스터를 구성할 계획이며 인큐베이팅 차원에서 다양한 분야 기업과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15만4000리터 CDMO 생산능력과 차별화된 바이오리액터 설계 기반으로 올해 글로벌 대형 고객사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항체의약품을 개발하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함께 의약품 연구개발부터 상용 생산으로 이어지는 풀밸류체인을 갖췄다는 점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와 코트라가 꾸린 한국관에서는 기술력을 인정받은 중견·중소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시장 타깃으로 자사 기술을 대거 소개했다.
국내 처음, 세계에서 네 번째로 알부민나노입자 항암제를 개발한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는 다수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을 모색한다. 이미 보령과 국내 제조기술 이전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프로티나는 단백질간 상호작용(PPI) 분석 플랫폼을 선보였다.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연구를 수행하면서 실제 임상에 자사 PPI 분석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콜레라 백신을 공급하는 유바이오로직스는 자체 개발한 단백접합백신기술 ‘EuVCT’와 면역증강제 제조기술 ‘EuIMT’의 기술이전을 위해 다수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모색한다.
서울대학교는 처음으로 바이오USA에 교원 창업기업 중심 산학협력 공동부스를 꾸렸다. 단백질 설계 분야 권위자인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 연구팀이 설립한 AI 신약설계 스타트업 갤럭스도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두드렸다. 갤럭스는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항체신약개발 플랫폼을 바이오USA에 선보였다.
국내 전자약·디지털치료제(DTx) 스타트업도 자사 기술력과 차별성을 강조하며 글로벌 파트너·투자사 찾기에 나섰다.
디지털치료제 기업 하이는 바이오USA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바이오마커 플랫폼을 공개했다. 사용자가 최신 디지털치료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고 회사는 사용자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게 돼 기존보다 분석 속도를 높이고 데이터 확보가 용이해진 것이 특징이다.
전자약 기업 뉴아인은 국내 판매를 시작한 편두통 치료기기를 비롯해 미국 FDA 시판 전 허가를 받은 ADHD 치료기기, 탐색 임상을 마친 녹내장 치료용 망막신경 치료기기 등 자사 기술을 전시했다.
국내 2호 디지털 치료제인 불면증 치료용 ‘웰트아이’를 개발한 웰트는 바이오USA에서 기업소개 세션을 이용해 자사 기술을 알린다. 최근 페어테라퓨틱스의 파이프라인 일부를 인수하고, 미국 사무소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세븐포인트원은 치매 고위험군을 조기 선별하는 인공지능(AI) 솔루션 ‘알츠윈’과 가상현실(VR) 기반 비약물치매치료 ‘센텐츠’로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보스턴(미국)=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