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68〉혁신의 본질

비오스(Bios). 그리스어로 생명이란 뜻이다. 그리스어 조에(Zoe)도 비슷한 뜻이라고 사전은 소개한다. 단지 비오스가 개인 또는 유기체의 물리적인 육체적인 생명을 가리킨다면 조에는 이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생명력을 의미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조에는 라이프(life), 비오스는 리빙(living)으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보통 생명이라 하면 유기체의 물리적 생명과 본질적인 생명력을 모두 지칭하기 마련인 듯하다. 그러니 두 의미 중 무엇에 해당하는 지는 글의 맥락에서 찾아내야 하는 셈이다.

혁신에 어떻게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많은 기업들, 심지어 한 때 성공한 기업들조차 이걸 지속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한번의 혁신이 던진 질문에서 헤어나지 못하기도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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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한때 푸른 하늘을 펼쳐 보여주는 듯하다가도 곧 창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냅스터(Napster)가 그랬다.

1999년에 설립된 이 기업은 간단한 소프트웨어 하나를 설치는 것만으로 음악 파일을 색인화하고 검색하며 어느 컴퓨터에서건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이 간단한 가치 제안으로 순식간에 8000만명 넘는 사용자를 확보했다.

음악 무료 공유로 매출 감소를 걱정한 음반사들이 먼저 냅스터로 연락을 해왔다.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수익공유모델을 찾아보자고 했다. 하지만 냅스터는 이 중요한 파트너의 제안에 시큰둥했다. 어쩌면 자신의 눈부신 성장에 잔뜩 흥분한 탓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음반업계가 동의하든 말든 자신의 방식대로 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나머지 스토리를 우리는 잘 안다. 냅스터는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어찌 헤 볼 수 없는 수렁에 빠진다. 그 막대한 사용자에 기반한 제대로 된 수익 제안을 개발하기도 전에 저작권 침해 소송으로 허우적거리게 된다. 새 시장을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상업적 성공 근처에도 다가서지 못한 셈이었다.

하지만 여기 다른 스토리도 있다. 누구나 예상하듯 주인공은 애플이다. 애플은 2003년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를 출시하고 5년 만에 미국 최대의 음악 판매자가 된다. 고객가치제안은 냅스터와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구매자는 20만곡이 넘는 이상 노래를 탐색하고 30초 샘플을 들을 수 있었고 한 곡에 99센트 혹은 전체 앨범을 9.99달러에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거기다 검색과 브라우징 기능은 애플다운 것이었다.

거기다 애플은 음악이 적절한 저작권 보호와 함께 사용되도록 했다. 음반회사에는 곡당 65센트를 지불했고, 소니, 유니버설 뮤직, 워너브러더즈 레코드, BMG, EMI를 파트너로 만들었다.

물론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이튠즈가 다운로드한 노래로 돈을 버는 동안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팟 판매로 수익을 내고 있었다. 실상 이 두 플랫폼은 서로 수익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결과는 어땠던가. 아이튠즈과 음반업체들 그리고 아이팟의 잘 정렬된 가치제안과 수익제안은 음악산업에 새 지평을 열었다. 그리고 혁신이 옹색하지 않은 이 비즈니스에서 지금까지 다른 어떤 온라인 뮤직 스토어도 애플의 이것과 경쟁해 이기거나 심지어 모방해 낼 수 없었다.

우리는 언뜻 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아이튠즈와 아이팟의 성공으로 본다. 하지만 이 새로운 음악 비즈니스란 유기체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숨결은 달리 있었다. 그건 바로 고객에게 잘 정렬된 가치제안과 음악 비즈니스란 생태계를 굴러가게 한 수익제안이었다.

만일 기업을 유기체라 칭한다면 그곳에 생기를 불어넣을 조에(Zoe)를 찾는 것, 이것이야말로 혁신이 갈구하는 본질인 셈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