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자체는 정말 좋습니다. 내부 만족도도 대단히 높아요. 하지만 부가 비용이 너무 큽니다. 기업이 실질적으로 받게 되는 금액은 너무 적어요.”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지원’이라는 말에 기다리기라도 한 듯 불만을 쏟아냈다. 올해 정부 산하기관이 진행한 중소기업 지원 사업에 응모해 몇천만원 규모 지원금을 따냈지만, 실질적으로 받은 금액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 과정에 따라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컨설팅에 전체 지원금 중 3분의 2를 들여야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기관이 소개한 컨설팅 업체가 그처럼 비싼 비용을 청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게다가 수도권 기업에 지방 컨설팅 업체를 연결한 탓에 결과물에 대한 의견 교환과 수정 요청도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자금 부족과 물리적 소통 제한 등이 맞물리면서 애초 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했던 사업 결과물을 일부 부서에만 적용했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배’보다 컨설팅이라는 ‘배꼽’이 더 커지면서 용두사미가 된 모양새다.
정부는 현재 경기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국정과제인 ‘수출 플러스’를 실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연 수출액 가운데 20% 안팎을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을 성패를 좌우할 열쇠로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023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더 과감하게 세계 시장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세계시장이 내 시장이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달라”고 당부하면서 “정부도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각 부처와 관계기관들은 중견·중소기업 지원책 마련에 분주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무역보험공사, KOTRA, 한국무역협회 등 17개 수출지원 기관과 진행하는 ‘수출지원기관협의회’가 대표 사례다. 협의회는 주력산업 이외에 12개 수출 유망분야를 중심으로 세부 유망품목을 발굴하는 한편 진출 권역별 맞춤형 컨설팅, 해외전시회, 현지 밀착지원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처럼 만성적 경영난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국내 중견·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가 속속 등장하는 것은 환영한다. 다만 중소기업 육성과 수출 확대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 투입한 재원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곳으로 새어 나갈 수 있어 우려된다.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전적 혜택이 적을수록 정부 지원 정책을 외면하는 기업을 늘어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참여기업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정부와 관계기관들이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지원금이 실효성 있는 방식으로 쓰이고 있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