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코 이차전지 부분이다. 관련 주가 급등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의 미국 진출 등 다양한 이슈가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차전지 시장에 대한 맹목적인 긍정론마저 불거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차전지 시장에 있어 우리 기업들이 보이고 있는 기술 우위와 시장 우위는 분명 긍정론을 펼쳐도 전혀 무리가 없는 수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의 위치에 안일하게 대응했다가는 모처럼 전개되고 있는 신산업에서 큰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차전지 부분에서 우리가 앞으로 유념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이차전지 시장은 이제 시작인 산업으로 제품 수명주기가 길어 국내외 환경변화에 따라 시장전망이 크게 변화하는 산업이다. 또한 제품과 제조기업에 대한 신뢰성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사업 특성상 대규모 설비 및 연구비 투자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자연스럽게 대규모 설비 투자가 요구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커다란 용단이 요구되는 산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기술개선이 한계에 도달할 경우 가격경쟁에 돌입하게 되어 시장이 급성장하더라도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 존재마저 존재한다.
이차전지 시장은 강화되는 선진국의 환경규제와 전기차 성능 증대에 따른 점진적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이다. 특히 차량용 이차전지는 자동차의 성능 및 원가 등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장기 공급과 사후관리를 필요로 하는 길게 내다봐야 하는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이러한 이차전지 산업에서 개발 초기 자동차 제조사와 장기공급계약 체결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가 연이어 진행되고 있으며 저가 소재 개발을 통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 중이다. 특히 이 두 가지 요소들은 미국과 중국간의 이차전지 시장에 대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양국 경쟁 속에서 많은 기업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차전지 시장이 이상에서 언급한 정치 외교적인 이슈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으로는 안전성과 에너지밀도를 높인 고성능 제품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이며, 양산능력 및 제조기술 역량을 보유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이슈이다.
향후에는 주요국들이 점진적으로 보조금 지원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재 국제적인 경기 위축으로 인해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시점을 조금씩 지연하려는 움직임도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향후 주요국 정책이 보조금 등 지원적 정책에서 일정 비율 이상 전기차 판매를 강제하는 징벌적 정책으로 전환될 것이다. 강력해지는 환경규제 준수를 위해 전기차가 주목받고 있으나 정부지원 축소 등에 따른 전기차 및 이차전지 시장 성장이 부진해 질수 있다는 가능을 배제해선 안된다.
현재 세계 이차전지 시설 능력은 20년 기준 약 739GWh 수준으로 추정되며, 한국 및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시설능력을 확대하려는 기조가 활발한 상황이다. 한국은 181GWh(24%), 중국은 484GWh(66%), 일본은 74GWh(10%)로 3국이 이차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 이차전지 제조사들은 우수한 품질을 기반으로 수주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공격적인 증설을 이어가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차전지 수요 중 미국, 유럽,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이상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의 해외 투자가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해외 국가들의 환경 규제, 지원정책의 변화 등은 분명 기회이자 위험요인임을 기억해야 한다.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