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영화 ‘플래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DC 역사상 최고의 영화라는 소문이 무성한 영화 ‘플래시’가 개봉 준비를 마쳤다. 소문처럼 모든 히어로 영화를 뛰어넘을 역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배우의 논란을 한 순간 잊을 만큼의 재미는 충분하다.
영화는 빛보다 빠른 스피드, 물체 투과, 전기 방출, 자체 회복, 천재적인 두뇌까지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능력을 자랑하지만 존재감은 없는 저스티스 리그의 막내 히어로 ‘플래시‘, 배리 앨런의 이야기를 그린다.
배리는 어린 시절 강도에게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까지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게 되면서 한날 부모님을 잃었다. 그는 어느 날 빛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 시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배트맨에게 상담하게 된다. 하지만 그 사건이 있어서 현재의 자신이 있게 된 거라며 배트맨은 과거를 바꾸는 것을 말린다.
배트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배리는 결국 과거를 건드리게 된다. 사소한 행동이었지만 어머니를 살린 탓인지 과거로 가는 스피드 포스 안에서 알 수 없는 빌런에게 공격을 받는다.
그 충격으로 부모님이 모두 있는 대학생 배리가 있는 세계로 떨어지게 된다. 원래의 시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저스티스 리그를 찾지만 그 곳에는 벤 애플렉이 아닌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이, 헨리 카빌의 슈퍼맨이 아닌 샤샤 카예의 슈퍼걸(카라 조엘)이 있다.
‘플래시‘는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서사를 따라가면서도 재밌게 풀어냈다. 아는 맛이라 반갑다. 또한 앞서 개봉한 DC 영화를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이전 작품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미 예고편에 등장한 마이클 키튼이 그렇다. 팀 버튼 감독이 그린 배트맨의 31년만 귀환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DC가 지금까지 진행한 캐스팅을 각각의 세계관으로 인정하며 합쳐버린 셈이다. 이 외에도 반가운 얼굴이 더 등장해 종종 ’어?‘하게 만든다.
영화에서는 멀티버스를 ‘스파게티’ 면에 비유한다. 각 면 하나하나가 세계이며 그 사이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영화의 흐름도 이와 같다. 엉킨 스파게티면을 하나하나 풀어내기보다는 그대로 볶아 하나의 요리로 완성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있다. 허우적거리듯 작위적인 플래시의 뛰는 폼과 중간 중간 헛웃음이 나는 CG를 미뤄두더라도 보는 내내 마블의 멀티버스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본격적으로 멀티버스를 펼치고 또 다른 자신과 마주한 히어로가 각 히어로 군단의 돈 없는 막내라는 점, 각 팀의 대표 부자들과 유사 부자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 붕괴되는 멀티버스의 묘사 등이 모두 마블 영화에서 먼저 시도됐기 때문에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전체적인 완성도로 보면 배우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영을 강행한 영화사의 결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DC 역시 이번 영화를 통해 멀티버스를 열고 서사를 부여한 만큼 속편에는 새로운 배우가 등장하길 바라는 팬들의 입장도 귀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플래시’는 오는 14일 국내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44분. 쿠키영상 1개.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