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의 CX 트렌드]〈9〉고객이 경험에 무뎌질 때

<이현정 HS애드 DX실장>
<이현정 HS애드 DX실장>

우리는 새로운 브랜드를 구매하거나 경험하면 “와우” 하며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고객이 브랜드에 느끼는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지고, 브랜드가 주는 기쁨은 구매 이후 익숙해질수록 줄어든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신규 자동차 구입 후에 느꼈던 행복감은 시간이 지나면 평범해지고 ‘더’ 새로운 모델을 살펴보게 된다. 행복의 수준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고객은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고객이 경험에 무뎌지게 될 때 다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려면 더 크고 강한 자극이 필요해진다.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해 고객의 감정적 경험 강도 감소를 최소화하는 것은 브랜드가 넘어야 할 핵심 과제다.

심리학자들은 쾌락 적응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한 번의 경험 보다는 여러 번 나눠서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소확행’ 같이 가랑비에 옷 젖듯 일상에서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할인을 제공하라는 것은 아니다. 이는 고객과 연결될 수 있는 닻 역할을 할 수는 있어도 충성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지속되면 브랜드가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일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쾌락 적응은 고객과 브랜드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상호작용적 경험을 통해서 고객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면 깨트릴 수 있다. 고객의 흥미를 지속 유발하거나 몰입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고객 흥미 유발을 위해서는 고객과 브랜드가 감성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감정이 아닌 감성인 이유가 있다. 감정은 무의식의 영역이고 의식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느낌이 된다. 반면 감성은 외부 자극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다. 때문에 고객의 복잡한 감정 이해를 바탕으로 관계를 조율, 감성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유대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다양한 기술이 융합되면서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 LG전자 UP가전은 고객이 신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고객 경험을 반복적으로 리셋하며, 상호작용에 다양성을 불어 넣어 고객이 언제든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쾌락 적응을 극복할 또 다른 방법은 몰입감 조성이다. 몰입은 어떤 활동에 깊이 빠져 그 활동에 즐거움을 느끼는 최적의 경험 상태를 뜻한다 . 몰입 상태의 고객은 경험이 매우 만족스럽기 때문에 브랜드 사용을 지속하고자 한다. 게임은 이런 몰입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게임이 중독적인 것은 명확한 목표, 즉각적 피드백, 발전하는 느낌 때문이다. 쾌락 적응을 방지하는 완벽한 공식이다.

그런데 고객 경험에서 몰입은 참 어려운 얘기다. 어떻게 해야 고객을 브랜드에 빠져들게 하고, 행복한 경험을 하게 할 것인가. 사실 그건 작은 긍정적인 경험에 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가 더 중요하다. 몰입을 돕는 환경도 필요하다. 고객의 몰입을 막는 장애물을 어떻게 치울지, 몰입할 수 있는 시간, 공간 등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지속적인 몰입은 의지가 아니라 환경이 만든다. 몰입을 위해서는 고객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하고 싶은 자율성, 성장하고 발전을 경험하는 전문성, 끝과 의미를 찾는 목적성이 있어야 한다.

고객이 경험에 무뎌지는 것은 브랜드가 익숙해져서 더 이상 지속적인 수준의 감정적 자극이 없는 구매 후 사용상황에서 시작된다. 매력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려면 익숙한 것을 새롭게 만들기 위한 브랜드의 고객 경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