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국내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60% 감소하며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와 달리 지속적인 가격 상승으로 시장 경쟁력이 하락한 것이 판매 저조 원인으로 꼽힌다. 테슬라코리아는 내부 조직 개편과 프로모션 강화 등 대대적 쇄신에 나섰다.
1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신차 등록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테슬라의 국내 판매량은 1841대로 작년 동기(4583대) 대비 59.8% 감소했다. 올해 월별 판매량은 1월 3대, 2월 42대, 3월 1258대, 4월 114대, 5월 424대다.
테슬라는 분기별로 차량을 한 번에 입항해 들여오는 방식으로 월별 판매량이 들쭉날쭉하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지난해 대비 판매 하락세가 뚜렷하다. 같은 기간 수입차 업계 판매 순위 역시 3위에서 10위까지 밀려났다.
판매 하락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 인상이다. 2021년부터 테슬라는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해마다 차량 판매 가격을 수 차례씩 올려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테슬라 라인업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전기차였던 모델3는 기본 가격이 6000만원을 넘어서며 구매 보조금 전액 지급 기준인 5700만원을 초과했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모델3 듀얼 모터·사륜구동 트림 기준으로는 7500만원 이상이다. 가장 판매량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 역시 듀얼 모터 사륜구동 트림 기준 7800만원부터 시작한다.
최장 1년 이상 소요됐던 출고 대기 기간도 짧아졌다. 테슬라는 주력 차종인 모델3와 모델Y 주문 후 인도 시기를 3~6개월 이내로 안내하고 있다. 판매 가격이 1억원을 상회하는 고가 차종인 모델S와 모델X 일부 트림은 이달 즉시 출고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유일한 전기차 브랜드였던 테슬라 대안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최근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폴스타까지 공격적으로 전용 전기차를 투입하고 있다. 테슬라 구매 후 사후관리에 불편함을 겪었던 고객들이 기존 완성차 브랜드 전기차로 갈아타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테슬라는 국내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한국법인 내부 쇄신에 나섰다. 최근 물러난 김경호 전 테슬라코리아 대표 자리를 이본 챈 대만·태국 대표가 겸직하도록 했다. 본사 정책에 따라 없앴던 홍보 조직도 부활시켰다.
한동안 사라졌던 프로모션도 대폭 강화했다. 이달 들어 테슬라코리아는 3년 만에 모델S와 모델X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수퍼차징 프로그램을 재개했다. 광교와 송도, 의왕 등에서는 팝업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기존 고객 추천으로 주문한 고객에 한해 가격 할인과 향상된 오토파일럿 무료 이용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내놨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