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공해차 보급 목표 채워야
국산 저금리 할부에 충전비 지원
수입차는 출고가 인하 파격 행보
전기차 할인 경쟁이 점화됐다.
최대 2년 걸리던 인기 전기차 출고 대기 기간이 이달 기준 1달 내외로 짧아지면서 자동차 업계가 파격 판촉 조건을 내걸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개선으로 생산량을 늘었지만 고금리 여파로 전기차 구매 심리는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초 전기차 고객을 대상으로 저금리 할부, 충전비 지원 등 구매 부담을 줄인 특별 금융 프로모션을 선보였다. 현대차가 전기차 고객만을 위한 별도 공식 프로모션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코나 일렉트릭 할부 금리를 전달 대비 1%포인트(P) 인하했다. 지난달 5.9%였던 아이오닉6 60개월 표준형 할부 금리를 이달 4.9%까지 내렸다. 아울러 7~8월 출고 고객에게 한시적으로 최대 160만원 상당 충전비를 지원한다.
기아는 이달 출고를 본격화한 플래그십 모델 EV9을 최대 84개월 할부로 구매할 수 있는 장기 할부 프로모션을 제시했다. 기존 내연기관차 최대 할부 기간인 60개월보다 2년 늘린 EV9 전용 상품이다.
앞서 기아가 EV9 가격을 7337만~8826만원으로 책정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대치보다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달 EV9 구매 시 선납금 30%를 내면 할부 기간별로 72개월(5.8%) 월 80만대, 84개월(6.0%) 월 70만대에 차량을 출고할 수 있다.
수입 전기차업체는 차량 가격까지 낮추며 국산차보다 더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
테슬라는 지난주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을 새로 출시하면서 공식 가격을 2000만원 이상 낮췄다. 그동안 테슬라가 국내에 판매하던 모델Y는 미국산으로 기본형 가격이 7800만원대였다.
테슬라가 새로 내놓은 모델Y는 중국산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5699만원까지 내렸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 100% 지급 기준(5700만원 이하)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신생 전기차 폴스타는 선호 옵션을 반영해 미리 생산한 선구성(Pre-configured) 모델에 한해 차량 가격 10%를 할인한다. 2023년식 재고 소진까지 한시 혜택으로, 최신 전기차 폴스타2를 10% 할인받아 8월 중 출고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삼성카드 결제 시 11.5% 캐시백 혜택을 제시한다.
푸조는 전기차 e-208과 e-2008 SUV를 리스로 구매 시 선납금 35%를 내면 1년치 월 납입금을 지원한다. 이를 활용하면 최대 1150만원 할인에 보조금까지 더해 3000만원대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업체들이 할인 폭을 키우며 판매를 확대하려는 것은 재고 우려 외에 정부가 추진하는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도 있다. 올해부터 업체별 목표치에 미달하면 사실상 벌금 성격의 기여금을 내야 한다. 이를 충족하려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전체 판매량의 15%, 내년 18%를 무공해차로 채워야 한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대림대 교수)은 “지금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이 적게 남더라도 전략적으로 판매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반값 전기차가 출시를 앞둔 가운데 업체 간 할인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