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原乳) 가격을 정하는 원유가 협상이 시작됐다. 올해도 낙농가 생산비 증가에 따른 원유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유제품부터 우유를 재료로 한 제과, 제빵, 아이스크림까지 줄줄이 인상되는 밀크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 최근 국제 원당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 물가 인상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체 간 원유가격 조정 협상이 지난 9일부터 시작됐다. 이번에 결정된 가격은 8월부터 적용된다. 올해는 낙농제도 개편 영향으로 가격 상승폭이 기존 보다 30% 정도 줄었다. 원유가격은 낙농가의 생산비를 반영해 결정되는데 개편안에 따라 시장 상황이 반영되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에 따르면 우유 관련 사료비는 16.6% 증가했고 이에 따라 전체 생산비는 전년 보다 12.7% 늘어났다. 올해 생산비 증가분을 반영하면 원유 리터(ℓ)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을 논의한다. 올해는 가격 결정 기준에 대한 업계 간 이견이 크지 않은만큼 인상 폭에 대한 협상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원유가격이 오르면 우유를 원재료로 한 식품, 외식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영업자나 소규모 식품사가 상대적으로 타격이 크다. 대형 제과·제빵업체는 수입산 탈지분유를 주로 사용하고 구매 경쟁력도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원유가에 따라 우유 가격이 조정되어온 만큼 이번 인상분에 따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탕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국제 원당가격이 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매달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원당 가격은 6월 현재 평균가격 기준 톤(t)당 542.77달러로 전년 동월 보다 30.96% 증가했다.
국내 설탕 산업은 제당업체가 원당을 수입해 가공을 거쳐 설탕을 생산하는 구조다.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3사가 연간 약 184만톤의 원당을 수입해 설탕 143만톤을 생산한다. 원당 국제 시세가 오르면서 제당 업체들은 지난 달 일제히 설탕 기업간거래(B2B) 출고가격을 올렸다.
국제 원당가격이 치솟자 정부는 지난 달 말 설탕 할당 관세 잔여 물량에 대한 적용세율을 5%에서 연말까지 0%로 조정하기로 했다. 음료, 제빵 등 연관 품목 가격이 연달아 오르는 ‘슈가플레이션(슈가+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제당3사는 설탕 소비자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