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에서 암컷 악어가 수컷없이 임신해 알을 낳는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알 안에는 어미 악어와 유전적으로 99.9% 이상 동일한 태아의 유전자가 발견됐다.
7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영국 왕립학회가 발행하는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 해당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같은 사례는 지난 2018년 1월 중미 코스타리카 렙틸라니아 동물원에서 나왔다. 2살때부터 다른 악어들과 분리된 채 지낸 암컷 악어 한 마리가 18살이 되는 해에 알을 낳은 것이다.
악어는 총 14개의 알을 낳았다. 이 중 절반에서 부화 가능성을 확인한 전문가들은 알을 부화기에 넣고 발달 과정을 지켜봤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14개의 알은 모두 부화에 실패했지만, 단 한 개의 알에서는 거의 완전한 형태로 발달한 태아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 태아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어미 악어와 유전적으로 99.9% 이상 동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암컷이 수정하지 않고 배아를 형성하는 ‘단성생식’(parthenogenesis; 무성생식)이 악어에게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이전까지 단성생식은 상어, 새, 뱀, 도마뱀 등에서만 확인됐었다. 악어에게서는 이번이 최초로 발견된 것이지만 단성생식 전문가인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 워런 부스 박사는 악어를 사육하는 사례가 적기 때문에 비교적 늦게 발견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스 박사는 “(단성생식은) 놀랄만큼 흔하고 널리 퍼진 현상”이라면서 실제로 사람들이 애완 뱀을 기르면서부터 단성 생식에 대한 보고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단성생식은 개체수 감소와 멸종위기와 관련있다고 부스 박사는 설명했다. 단성생식이 가능한 종이 기후 변화로 개체수가 감소하면 단성생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한 단성생식이 여러 종에 걸쳐 나타난다는 사실은 오랜 시간동안 유전된 특성임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상 격인 공룡 역시 단성생식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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