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업계가 반도체 설계 검증을 지원하는 공공지원센터 구축을 요구하고 나섰다.
팹리스 기업 110여개사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팹리스산업협회는 국내 반도체 설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공 차원의 설계 검증 및 확인(V&V) 지원센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반도체 기업 유치와 클러스터 조성 등에 관심이 큰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와 논의에 들어갔다.
국내 팹리스가 기존 모바일·가전 중심에서 미래 중요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방, 우주, 항공, 자동차 등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요건으로 반도체 설계를 검증할 수 있는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방, 우주, 항공 등 안보나 생명에 직결되는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다. 작은 오류 하나로 인명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수 있어 철저한 평가·검증을 요구한다.
반도체 설계 방법론과 이유, 향후 오류 발생 가능성과 해법 등 V&V(Verification & Validation) 방안을 포함한 설계 표준 문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다수다.
삼성전자나 인피니언 등 종합반도체기업(IDM)이나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기업은 반도체 설계·연구개발 과정에서 반도체 기대 성능, 검증 방법, 테스트 통과 불발 시 원인 파악을 위한 데이터 등을 담은 설계 표준 문서를 자체적으로 구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팹리스 기업 대부분은 규모가 작아 V&V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이다. 시제품을 만든 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설계를 해야하는 비효율성이 적지 않다. V&V를 갖추게 되면 반도체 설계 단계서부터 데이터·디지털 트윈 등을 기반으로 사전 검증이 가능하다. V&V 시스템 구축에 수십~수백억원이 소요되고, 전문인력도 필요해 중소 팹리스 업체로선 구축이 쉽지 않다.
팹리스산업협회는 V&V 센터 구축과 이용 활성화가 이뤄지면 국내 팹리스 기업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반도체 국산화에 기여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설계 완성도와 경쟁력이 높아질수록 반도체 생산 주문과 수출도 증가, 삼성전자·DB하이텍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과 팹리스의 동반성장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김서균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사무총장은 “국내 팹리스 기업 다수가 중소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 공공 V&V 센터 설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협회는 지자체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반도체산업 관계부처에도 V&V 지원센터 설립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