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적(R)·녹(G)·청(B) 화소를 증착한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RGB 마이크로 OLED는 애플 비전프로에 적용된 화이트 OLED 기반 마이크로 OLED보다 진일보한 기술이다. 중소형 OLED 시장 1위 삼성이 확장현실(XR) 시장에 본격 참전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선익시스템에 RGB 마이크로 OLED용 증착 장비를 발주했다. 증착은 쉽게 말해 RGB 화소를 만드는 공정으로, 삼성은 연구개발 용도로 선익 장비를 구매했다.
마이크로 OLED는 유리 기판을 사용하는 기존 OLED와 달리 실리콘 웨이퍼 위에 유기물을 증착해 만드는 디스플레이다. 이 같은 특성에 ‘올레도스(OLEDoS: OLED on Silicon)’라고 불린다. 크기가 작아 ‘마이크로’라는 명칭이 붙었다.
마이크로 OLED는 실리콘 기판 상에 화소를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OLED와는 다른 증착기가 필요하다. OLED를 만들어온 삼성디스플레이가 새롭게 증착기를 구매한 이유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은 이번에 RGB 마이크로 OLED용 증착기를 주문한 것으로 파악돼 주목된다. 실리콘에 RGB 화소를 직접 패터닝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아직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다. 최근 애플이 공개한 비전프로 마이크로 OLED는 백색광(W-OLED)에 컬러필터를 통해 적·녹·청색을 구현한 방식이다.
RGB 방식은 별도의 필터를 거치지 않아 W-OLED 대비 더 밝고 선명한 화면을 표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용화된 적 없는 기술이다보니 제조가 까다롭고 반도체 공정도 이용해야 해 기술 난도가 높다는 평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번에 증착장비를 도입한 것은 RGB 화소를 실리콘에 증착하는 패터닝 기술을 개발 및 검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W-OLED 기반보다 우수한 ‘리얼 RGB’ 기반 마이크로 OLED를 개발하겠다는 것으로, 마이크로 OLED 사업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팀을 꾸렸다. 최주선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낙점하고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5월 미국 마이크로 OLED 원천 기술 업체인 이매진(eMagin)을 인수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구체적인 RGB 마이크로 OLED 상용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애플이 차세대 기기에 RGB 마이크로 OLED 탑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도 XR 시장 진출을 선언한 만큼 삼성디스플레이도 마이크로 OLED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 OLED에 삼성이 본격적으로 참전하면서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창출될지 주목된다. 시장조사 업체인 옴디아는 XR 기기용 디스플레이 출하량이 2028년까지 1억39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시 탕정 A2 라인에 마이크로 OLED 파일럿 라인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검증이 끝나면 양산 투자가 예상된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