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영역에 대한 투융자, 연구개발(R&D)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늘고 있지만 민간의 움직임은 다소 더디다. 정부가 뭉칫돈을 투입하더라도 민간에서는 재투자를 위한 회수방안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벤처투자업계가 딥테크 특례상장 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주된 이유다.
실제 신생 중소형 벤처캐피털(VC)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투자가 이뤄지고, 컨소시엄을 이룬 VC가 움직이지만 대규모 투자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대형 VC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정보통신(IT) 기반 대기업이 전략투자자(SI)로 나서는 것 외에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다. 성장 가능성이 분명하지만 초기 투자금을 회수할 방안은 딱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투자업계 분위기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50억~100억원 수준 시리즈A 단계 투자는 중소형사 입장에서 얼마든지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할 수 있지만 그 이상 규모 투자는 명확한 회수 방안이 없다면 투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당장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명확한 수요처가 있는 자율주행향 시스템반도체 분야가 아닌 우주나 항공 분야에 대형 VC가 투자하기에는 마땅한 회수 시장이 없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딥테크 특례상장 도입에 대한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윤건수 벤처캐피탈협회장이 역시 지난 1월 취임 이후 제도 도입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 윤 회장은 “앞서 바이오 분야에 특례상장을 허용한 이후 바이오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면서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민간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상장 등을 통해 성과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예산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공과 발맞춰 움직일 민간 자금이 투자할 동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쉽자리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미 한국거래소에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있는 만큼 기존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권 논리다.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이 최근 약세를 보이는 상황 역시 제도 도입 논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하지만 정작 기존 제도를 활용하기에는 딥테크 분야에 대한 업종 세분류를 다시 지원 체계에 맞게 고쳐야 하는 등 거쳐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민간모펀드 등 민간 자금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회수시장부터 시장 친화적으로 고쳐야 한다”면서 “이제는 각 부처에서도 단순히 예산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환류방안 역시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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