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전직 경영진이 4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최종 확정 받았다. 타다는 2018년 말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빌려 고객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했다. 택시 업계는 ‘불법 콜택시’라며 반발했고 이듬해 검찰은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타다 운영사였던 VCNC 박재욱 전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1·2심 법원은 타다 측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또한 원심 판결을 수긍,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무죄가 확정됐으나 업계에서는 이를 상처뿐인 승리로 평가한다. 사회적 명예는 회복했으나 결국 타다 금지법으로 사업을 접게 됐기 때문이다. 지연된 정의에 대한 우려는 타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한변호사협회 등 전문직역 단체에 발목 잡힌 리걸테크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변협은 로톡에 플랫폼 이용 변호사 징계를, 로앤굿에 형사 고발을 결정한 상황이다. ‘혁신은 죄가 없다’는 이 전 대표의 외침이 리걸테크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변곡점 맞이한 리걸테크
로톡 가입 변호사는 변협이 결정한 견책 또는 과태료 처분에 대한 법무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변협은 로톡 가입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징계위원회를 열고 변호사 9명에 대해 징계 처분을 의결했다. 12월 징계 변호사는 법무부에 이의 신청을 했다. 법무부는 7월 중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업계 및 법조계는 로톡이 불법 플랫폼이 아니기에 법무부가 징계를 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리걸테크산업협의회장은 “로톡이 불법적인 플랫폼이라는 판단을 받은 적이 한차례도 없는데 이용 변호사를 징계한다면 위법한 것”이라며 “심지어 공정위도 나서서 변협의 광고 규정을 부당한 사업자 지위 남용이라며 10억원씩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점에서 징계 취소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최근 타다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로톡 사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서울고등법원이 변협과 서울변회가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집행정지 신청 인용이 본안 판결에서 승소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징계위원회가 검토 대상으로 인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가 변협에 대한 공정위의 집행정지 인용문을 입수해 검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통상 본안 판결에 가서 패소할 것이 명백하면 집행정지 허용을 불허하기에 로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변호사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협회에 징계권을 위임함으로써 변호사 선택권이나 조력권,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의 기본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광고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징계권이 있어도 비합리적인 광고 규정이 없다면 징계를 할 근거가 없어서다.
국회 유니콘팜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 최근 변호사법 일부 개정안을 내놓았다. 광고 유형을 변협 내부 규정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광고 규정에 대해 이해 당사자인 변협이 아닌, 정부 당국인 법무부가 규율하게 된다면 불필요한 규제로 인한 갈등이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해외 리걸테크, 합리적 규제 타고 활성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랙슨(Tracxn)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전 세계 리걸테크 업체는 약 7000여개, 투자 규모는 113억달러(약 14조89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48억달러(약 6조3200억원)의 투자는 최근 2년 사이에 이뤄졌다.
이는 합리적인 규제 덕이다. 기업과 투자사 모두 리걸테크의 효용 및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리걸테크 시장에서는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된 곳이 로톡을 운영 중인 로앤컴퍼니 뿐이다. 100억원 이상 누적 투자 유치를 이룬 리걸테크 또한 로앤컴퍼니와 로앤굿, 모두싸인 세 곳이다.
외국에서는 인터넷 법률 플랫폼과 관련, 변호사의 플랫폼 광고를 금지하는 경우가 없다. 법률 플랫폼이 잠재적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를 연결해 줘도 알선·주선 등의 대가로 해석되지 않는 한 이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원칙적으로 법률 서비스 광고 관련 매체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변호사가 플랫폼을 통해 변호사나 로펌 등의 정보를 알리는 대가 지급이 허용된다. 다만 플랫폼이 구체적으로 특정 변호사를 추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변호사는 특정 기간 동안 광고료를 지급하거나 연결별 지불, 클릭별 지불 등 다양한 형태로 광고료를 지급해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원칙적으로 변호사가 특정 법률 업무를 소개받고 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위법으로 정했다.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지급하는 비용이 광고비라면 허용되며 소개비에 해당하면 허용되지 않는다. 잠재 의뢰인에 대한 정보를 변호사에게 제공하는 비용은 광고비로, 의뢰인과의 연결에 대한 대가 지급은 소개비로 판단한다.
독일 ‘연방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 중개 대가로 보수의 일부 또는 이익을 수령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고정 금액을 지급받을 시 법률 위반이 아니다.
일본 변호사법은 ‘변호사 또는 법무법인이 아닌 자가 보상을 얻을 목적으로 법률 사건에 대해 주선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할 수 없다’고 정했다. 다만 ‘변호사정보제공웹사이트의 게재에 관한 지침’은 플랫폼 주선에 대한 경우를 상세히 정해 그 외의 플랫폼을 이용한 변호사 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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