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챗GPT 광풍이 세계에 연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조’ 영역에 진입한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세상에 없는 창작물을 만들어내며 무섭고도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AI 모델 대비 언어 맥락을 더 정교하게 이해하고 오류를 스스로 수정하며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만큼 고도화된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다. 생성형AI 열풍에 따라 세계는 이미 AI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패권 전쟁에 돌입했다.
챗GPT는 인간과 유사한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도록 설계된 AI로, 다양한 장·단점이 있다. 빠른 응답 시간과 광범위한 주제 처리 능력의 장점이 있지만 잘못된 정보나 인간이 갖고 있는 편견이나 편향도 그대로 제공된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혁신을 만나면 사람들은 두가지 상반된 유형으로 갈라진다. 새로운 기술의 긍정적인 영향에만 초점을 맞추고 부정적인 영향이나 위험성을 무시, 경시하는 ‘혁신편향’을 나타내거나, 혁신으로 인한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해 혁신을 무조건 배척하려는 ‘혁신저항’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혁신편향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지나치게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인지적 편향을 말한다. 이러한 편향은 혁신과 창의성을 촉진할 수 있으며, 새로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거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비판적인 사고를 감소시키고, 기존의 방식이나 아이디어를 지나치게 무시하며, 새로운 게 무조건 좋은 거라는 접근방식이다. 혁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과대평가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950년대에는 미래의 발전소는 모두 원자력이며, 석탄과 석유가 필요 없어지고, 음식물 살균부터 우주여행까지 그야말로 원자력 만능시대를 예고했던 전문가들이 많았다. 70년이 흐른 지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원자력에 대한 과도한 혁신편향이다. 블록체인의 등장도 엄청난 주목을 끌었다.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3가지 문제인 확장성, 탈중앙화, 보안성이라는 이른바 트릴레마(삼중모순)에 대한 마땅한 해법이 없는 상태에서 혁신의 크기가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았다. 생성형AI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도 마찬가지다.
혁신저항은 ‘혁신 그 자체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아니라 혁신이 야기하는 변화에 대한 저항’이다. 소비자들이 혁신을 수용하기 위해서 더 비싸거나, 어렵거나,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기존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면 현재의 익숙한 생활방식을 고수하려는 성향이 강해지며 혁신을 거부한다. 그래서 혁신의 크기가 클수록 행동 변화를 최소화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저항하게 된다. 좋고 나쁨을 떠나 어떠한 변화도 무조건 거부하려는 현상유지편향의 일종이다. 또한 기득권층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혁신의 폐해를 침소봉대해 국민의 편익을 가로막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타다금지법이다. 지난 1일 대법원은 타다의 불법 영업 행위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뒤늦게 ‘타다금지법은 입법 실패’라는 반성론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타다의 사업모델은 사라져버렸다. 더 큰 문제는 로톡, 직방, 삼쩜삼 등 플랫폼 기업들은 기존 업계 반발로 어려움을 겪는 ‘제2의 타다’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L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카테고리마다 다르지만 신제품은 40~90%라는 높은 비율로 실패하며, 매년 3만개 이상의 제품이 출시되는 미국 소비재도 1년 이상 버티는 비율이 10~30%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도 신제품 실패율은 평균 80%에 달한다. 대부분 성능이나 기술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혁신저항에 굴복하는 것이다.
혁신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앞으로도 상상을 뛰어넘는 혁신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동시에 혁신편향과 혁신저항도 항상 나타날 것이다. 아무리 뛰어나도 단점이 없는 혁신은 없다. 그렇다고 혁신을 멈출 수는 없다. 혁신이 없으면 국가의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