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궤도 위성통신 사업 촉진을 위해 정부 주도 수요처 확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기업은 우수 기술을 보유했음에도 우주검증이력이 부족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간투자 활성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위성통신 연구개발(R&D)과 인프라 구축을 별개 사업으로 구분하고, 시장 수요 창출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완주 의원 주최로 ‘차세대 위성통신 민·관·학·연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KT SAT, 한화시스템, SK텔레콤, SK텔링크, 인텔리안테크 등 국내 위성통신 주요기업과 ETRI, IITP 등 주요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국내 진출을 앞둔 스페이스X 스타링크 관계자도 참석했다.
차세대 네트워크 핵심 인프라인 저궤도 위성통신 상용화를 위한 글로벌 민간기업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는 걸음마 단계다. 과기정통부가 기안한 5900억원 규모 저궤도 위성통신기술 자립화 사업은 2021년과 올해 1월 두 번에 걸쳐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했다. 해외에서는 스타링크·원앱·카이퍼 3강 구도가 굳어진 상태다.
최경일 KT SAT 전무는 “차세대 위성통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국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정부가 수요처 역할을 해줘야 민간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R&D 사업과 인프라 구축사업은 이원화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위성통신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인프라부터 구축하고, R&D는 차세대 시장에 초점을 맞춰 도전적 투자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한다는 설명이다. 당장 R&D 국산화에만 집중할 경우 글로벌 위성통신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다.
최 전무는 “정부 기관에서 추진 중인 저궤도 위성통신군 발사시점으로 예정된 2032년은 시기적으로 늦고 상업적 활용도 떨어질 수 있다”면서 “국가 위성통신 인프라 구축은 구매 조달 방식으로 운영해 최첨단 사양을 갖춘 시스템을 도입하고 그 위에 서비스 산업을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D 사업은 구매조달을 통해 발사돼 운영되는 위성 수명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성능이 향상된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내서는 KT SAT을 비롯해 한화시스템 등이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에서 글로벌 기업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 권태훈 한화시스템 우주사업팀장은 “글로벌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은 연평균 36%씩 성장하고 있으며 전세계 인구 약 37%인 29억명이 인터넷 사용에 제약을 받고 있는 만큼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룹 차원에서 투자를 강화하고 있으며 저궤도 위성 핵심 개발 역량을 조기 확보해 산학연 협력을 통한 위성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유무선 통신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SK텔레콤 등 이통사도 지상망과 위상망을 통합한 서비스 구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약 3500개 스타링크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배치한 스페이스X는 전세계 50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 원앱도 428기를 발사해 올해 말 본격적인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마존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카이퍼’도 내년 1분기 위성 발사에 돌입한다.
특히 스타링크는 한국 서비스 개시를 위해 스타링크코리아 법인을 설립하고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현재 국경간 공급협정 및 승인절차를 진행 중이다. 샤론 장 스페이스X 스타링크 아태지역 담당 매니저는 “과기정통부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국 통신·제조기업과 사업 협력도 적극 모색할 계획”이라며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서비스 론칭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진 과기정통부 전파방송관리과장은 “도심항공교통(UAM) 등 6G 융합 서비스 구현을 위해서도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에 적기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요 부문을 보완해 다시 예타 신청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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