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난데…나 폰 고장 나서 수리 맡겼어 문자만 가능해 확인하면 문자 줘’
이 문자, 혹시 받아보신 적 있으실까요? 이렇게 오는 문자는 사실 보이스피싱 수법 중 하나인데요. 주로 급하게 결제할 게 있으니 엄마나 아빠의 카드 앞면을 찍어서 보내달라거나 문화상품권 혹은 기프트 카드를 대신 구매해달라고 요청한다고 합니다. 갈수록 보이스피싱 수법은 그럴듯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는데요. 젊은 층도 깜빡 속아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연세가 많은 분들은 더욱 당하기 쉬워요.
이들은 이외에 어떤 수법을 사용하고 있을까요?
[국제발신], [국외발신]으로 온 문자 메시지
간혹 해외 결제를 한 적이 없는데 해외 결제가 완료됐다며 문자가 올 때가 있어요. 결제된 금액이 클수록 설마 진짜 결제된 걸까 싶어 심장이 덜컹할 거예요. 본인 요청이 아닐 경우 문의를 하라는 문구 자체도 그럴듯하죠. 하지만 이는 모두 보이스피싱 수법 중 하나이니 문자가 온다면 당황하지 말고 무시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문자에 나와 있는 번호로 전화하면 상담원(사기꾼)이 개인정보를 물어보기 때문이에요. 경찰에게 대신 연락해 주겠다면서 본격적인 사기가 시작되니 절대로 전화를 걸면 안 됩니다. 문자에 링크가 첨부돼 있다면 앱 설치를 유도해 피해자의 핸드폰을 원격으로 조종해 대출받거나 다른 사기에 악용하니 이 또한 눌러서는 안 됩니다.
수사관인 척하며 사건 확인 후 출석을 바란다는 문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또한 사기 방법일 뿐이니 걱정하실 필요 없다는 점. 핵심은 [국제발신]이나 [국외발신]으로 오는 문자는 무시하는 것에 있어요. 어떤 내용으로 문자가 왔든, 앞에 저 문구가 붙어 있다면 전부 무시해 주세요.
‘서울중앙지검 검사입니다’ 검찰 사칭 수법
010으로 전화해서 본인이 검사라고 말하거나, 카카오톡으로 검사 공무원증이나 구속영장, 파일 등을 보내며 피해자들을 속이는 수법도 존재합니다. 이때 알아야 할 점이 있는데요. 검사는 절대 개인번호로 연락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좋지 않은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하면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어 수법에 넘어가기 쉬워요.
이때는 어디서 전화가 왔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아요. 010으로 시작되는 번호라면 사기 확률이 높다는 것. 카카오톡으로 검찰청 사진을 등록해 놓은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검찰 직원들은 누구도 카카오톡 프로필에 청사 사진이나 본인 신분을 올리지 않는다는 점.
만약 서류의 사실 여부가 헷갈린다면 서울중앙지검 ‘찐센터’를 이용하면 돼요. 찐센터에 연락하면 24시간 담당 수사관들이 신속하게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전화번호를 확인해 주며, 문서의 사실 여부까지 알려준다고. 찐센터에 신고할 경우에는 피해자의 핸드폰이 악성 앱에 감염되었을 확률 때문에 타인의 번호로 연락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합니다.
[Web발신] (ㅇㅇ카드)고객님 카드배송 대기 중
젊은 층도 내가 신청했나 헷갈릴 정도로 교묘한 수법인데요. 최근 카드사를 사칭하며 카드를 배송 중이라는 문자로 피해자를 양산하는 수법이 퍼지고 있습니다. ‘고객님 신청 아닌 경우 신고 바랍니다’라는 문구까지 함께 보내고 있는데요. 카드를 신청한 경우가 있든 없든 무언가 이상하다면 인터넷에 검색해서 나오는 카드사의 번호로 직접 문의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이 최근 카드 신청을 한 적이 없다면 무시해도 좋을 거예요. 같은 카드사의 이름으로 문자가 왔다면 카드사에 직접 연락해 봐도 좋겠죠? 다만 문자상으로 안내해 주는 번호로 연락하는 것은 금물!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번호로 문의해 주세요.
저금리 대출사기형
금리가 많이 오른 요즘인 만큼 ‘저금리’라는 단어에 현혹되기 쉬워요. 이 또한 은행을 사칭해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는 신종 피싱 방법입니다. 주로 [Web발신]이라며 사칭한 은행명으로 대출 안내서를 발송하는데요. 기존 대출금을 먼저 갚아야 한다며 현금을 탈취하는 것이 주된 수법입니다. 젊은 세대가 가장 많이 당하는 피싱 방법이라고.
범인에게 전화를 걸면 신용등급 조회를 해야 하니 지금 보내는 문자에 있는 링크를 눌러서 앱을 설치하라고 안내하는데요. 범인이 보낸 링크를 클릭하면 악성 앱이 설치돼 피해자가 어떤 번호로 전화를 걸더라도 범인에게 연결된다고 합니다.
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공공기관, 수사기관에서는 절대 특정 파일을 보낸다거나 개인정보 또는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해요. 이 부분이 기관과 보이스피싱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고객님의 신용 등급이 낮기 때문에 신용등급을 올린 후 대출이 가능하다면서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라며 앱 설치를 유도한다면 보이스피싱이니 절대로 속아서는 안 돼요.
만약,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면?
다양한 수법을 알아두었다고 해도 당할 수 있는 게 보이스피싱이에요. 만약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면 계좌통합관리서비스나 금융소비자포털을 통해 본인 명의로 개설된 모든 계좌를 정지하도록 합니다. 이후 해야 할 것은 내 명의로 대포폰이 개통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 보는 것.
명의도용방지서비스 M-Safer에 들어가면 조회가 가능하다고. 개통된 휴대전화가 있다면 번호를 알아낸 뒤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확인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신속히 경찰서나 금융회사 콜센터를 통해 지급정지 요청을 한 후 해당 은행에 경찰이 발급한 ‘사건 사고 사실 확인원‘을 제출해 피해금 환급 신청을 하도록 합니다. 계좌에 300만 원 이상 입금될 경우에는 10분이 지나야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출금할 수 있다고 하니 포기하지 마시고 가능한 한 빨리 신고하는 것이 좋아요.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었을 경우에는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어요. 이럴 때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를 통해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바꿀 수 있다고.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됐다는 입증 자료를 첨부해 주민등록지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제출하면 됩니다.
입증 자료는 사건처리결과통지서, 사건사고사실확인원, 녹취록, 허위 공문 등이 포함됩니다. 변경 신청이 접수되면 행정안전부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의가 변경 여부를 결정해요. 물론 온라인으로도 신청할 수 있어요. 처리 기간은 최대 100일.
갈수록 보이스 피싱 방법이 교묘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이전에는 주로 중년이 사기 대상이었던 데에 비해 요즘은 젊은 층도 사기를 많이 당하고 있어요. 그만큼 방법이 다양해졌기 때문일텐데요. 가족간 관계를 이용해 보이스피싱을 유도하는 경우에는 서로 암호를 정해두는 것이 좋을 듯싶어요.
제 지인은 자신인 척 부모님에게 문자가 오면 자기 번호로 연락을 해보라고 말했다고 해요. 그리고 서로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나 가족끼리만 알 수 있는 퀴즈를 내서 본인 확인을 하자고 정했다고. 이렇게 규칙을 정하고 이주가 지난 뒤 부모님에게 보이스피싱 연락이 왔다고 하는데요. 이전에 서로 규칙을 정해둔 덕분에 사기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해요.
가족이 있는 분들은 서로만의 암호를 미리 만들어서 예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어요. 보이스 피싱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이제 최대한 많은 장치를 마련하고 수법을 익혀두는 것밖엔 없어 보이거든요.
룩말 에디터 lookma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