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현대차·LG 4대 그룹 총수가 윤석열 대통령 프랑스·베트남 순방길에 동행하기 위해 18일 출국길에 올랐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힘을 보태는 한편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베트남 시장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현지 사업장 점검은 물론 투자 계획 발표 등 비즈니스 기회 확대를 위한 선제적 움직임도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은 19일부터 24일까지 4박 6일간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베트남 순방길에 동행한다. 4대 그룹 총수들은 20~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BIE 총회에 참석,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힘을 보탠다. 이어 22~24일까지는 경제사절단으로 베트남을 방문해 현지 기업과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윤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일정이다. 순방길에는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205명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베트남 현지에서 미래 협업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이 4대 그룹에 있어 글로벌 생산 거점이자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수요처인 만큼 현지 기업과 다양한 파트너십 체결은 물론 투자 계획 발표 관측도 나온다.
삼성은 베트남 현지에서 6개 생산법인과 1개 판매법인,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할 정도로 비즈니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2021년 말부터는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삼성전기 현지 공장에 반도체기판(FCBGA)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며,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베트남 생산법인에 폴더블 패널 전용 라인에 투자하는 등 생산 거점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해 “한·베트남 양국 간 우호협력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방문에서도 스마트폰 등 주요 사업장을 점검하고 베트남 정부 고위 관계자, 기업인을 만나 공급망, 인재 양성 등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룹 미래 비즈니스 기회 발굴과 함께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주관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 등을 챙기기 위해 분주한 일정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그룹차원에서 집중하는 친환경 소재, 신재생 에너지 등 분야에서 현지 기업과 활발한 협업 모색이 기대된다.
베트남은 세계 10위 태양광 발전 국가다. 국가 차원에서 친환경 소재 개발과 발전시설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SK도 협업 기회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SKC는 베트남 하이퐁시와 친환경·하이테크 소재 개발 협약을 맺었고, SK오션플랜트도 해상 풍력 관련 베트남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도 현지 사업장 점검과 함께 아세안 시장 지배력을 높일 파트너십 체결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17년 베트남 합작사 현대탄콩을 설립해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베트남 현지 자동차 판매 1위를 도요타에 내줬다. 수요 회복과 함께 전기차 등 미래 사업 확대 등을 위한 포괄적 논의가 이번 기회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구 회장도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주요 생산·판매법인이 베트남에 집중된 만큼 가전, 디스플레이, 부품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기업 관계자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LG전자 하이퐁 공장은 냉장고 생산라인을 신설하고 글로벌 주요 거점 역할을 강화하는 만큼 계열사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베트남은 국내 기업의 글로벌 생산거점이 밀집한 최대 협력국”이라며 “이번 만남을 통해 공급망 안정성 강화 등 한층 발전한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