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고령화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기 요인이다. 위기는 모두에게 찾아왔지만 특히 지방은 더욱 심각하다. 급기야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당장 오늘의 문제가 됐다.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이 소멸되지 않기 위한 정책 발굴과 환경 조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이다.
전자신문은 연초부터 지방을 위한 ‘1호 영업사원’으로 뛰고 있는 광역시장과 도지사, 특례시장 등과 만나 지방회생의 길을 모색하는 특별기획 ‘지방회생, 산업이 답이다’를 진행했다. 특별기획을 통해 각 지역의 문제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산업계와 공유하기 위해서다. 전자신문은 특별기획을 결산하는 좌담을 지방자치TV와 함께 마련했다. 지방회생을 모색하는 정부와 국회, 지자체장들이 함께 진정한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 온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대수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근원적인 문제 분석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종합적이고 세밀한 정책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지방정부에 대한 권한 이양과 함께 단순히 기업을 유치하는 정책을 넘어 지방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해당 지역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대책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3선, 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3선, 전남 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
△김영환 충청북도지사
△홍남표 창원특례시장
◇사회=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사회·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지난 수십 년 동안 펼쳐온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거다. 하지만 국가균형발전은 절대로 도외시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우동기(국가균형발전위원장)=국가균형발전 정책은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 균형발전을 목표로 정부 정책을 추진해 왔고 과거 어느 정부도 이 정책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수도권이 인구의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집적이 됐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가장 큰 원인은 중앙집권적 정책과 함께 중앙부처를 중심으로 균형발전 정책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또 일부 학계에서 교통과 정보통신이 발달할수록 균형발전과 (지방으로의) 분산 효과가 일어난다고 믿었고 이를 기초로 국토계획과 지역개발계획이 수립됐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제는 과감하게 중앙이 가진 권력을 지방으로 분권화하는 작업이 가장 우선적이고 이를 위해 지방분권적 국가 개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산업 생태계를 빨리 지방에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수도권 집중이라는 불균형의 큰 원인 중 하나가 교육 문제였는데, 역대 어느 정부도 교육을 균형발전 정책의 주요 요소로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지방 분권화와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 조성, 교육 개혁 등이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개호(더불어민주당 의원)=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 과밀화를 막는 일이 출발이자 목표다. 그런 측면에서 세계 주요 국가들은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는 정책을 했고 어느 정도 다 성공했지만 대한민국은 실패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수도권 억제 정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게 우리나라만 예외일 수는 없다. 특히 인구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방을 살리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지방의 상권이나 경제권을 부흥시키려는 노력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남표(창원특례시장)=청년이 지방을 떠나가지 않게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청년이) 떠나가지 않는다면 인구 구성 문제나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다. 청년들이 떠나가는 원인은 ‘일자리’다. 그런데 현재의 접근 방식으로는 답이 없다. 사람들은 기업이나 제조업을 지방으로 보내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그러나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일자리 자체를 기술이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제조업이나 기업이 아니라 창업이나 서비스 업종 등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특히 지역에서 여러 가지 지식을 생산·창출·활용하는 체계가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지식을 만들어내는 대학과 정부 산하기관, 출연연구기관 등의 역량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해진(국민의힘 의원)=국가발전 전략을 대전환해서 180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산업화 시대 이후 부족한 자원을 가지고 최대한 빨리 성장하기 위해 수도권 집중 전략을 선택했다. 수도권을 위해 다른 지방을 희생시켰다. 그런데 이 전략은 이제 한계에 왔다. 사실 한계 정도가 아니라 지방소멸이라는 망국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지경까지 왔다. 그런데 이 문제는 미봉책이나 임시변통 등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국가발전 전략 자체를 수도권 선택 집중에서 지방 선택 집중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수도권의 대척점인 호남이나 영남에 제2의 수도권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수도권이 남쪽으로 확장되면서 충청권까지 범수도권화 돼 있는데, 이렇게 하면 지방은 수도권이나 범수도권에 빨려 들어가 그냥 고사한다. 그래서 호남이나 영남 등에 제2 수도권을 만든 뒤 이를 북상시켜 중간에서 만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새로운 아이템이 나오면 지방에 보내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새로운 시설과 새로운 투자는 지방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방 퍼스트’ 정책을 전략적으로 펼쳐야 한다.
△김영환(충북도지사)=근본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구소멸과 인구절벽이다. 이건 지역 균형발전과도 관련이 있고 농촌 지역 소멸과도 연결이 돼 있다. 행정안전부의 출산율 통계를 보면, 최근 충청북도가 1등을 했다. 출산 장려금을 1000만원씩 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구를 이대로 두고는 이제 국가의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균형발전의 축이라는 게 대게 수도권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또 산업이 어디로 가느냐 등 단선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그동안 우리의 발전 전략은 연안과 해안을 중심으로 펼쳐왔다. 처음 경부축을 내세울 때는 부산·울산·창원·포항 등을 중심으로 했고, (이 지역을 기반으로) 미국과 일본에 수출하는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후에는 인천과 평택, 군산 등 서해안 시대가 열렸다. 그런 가운데 내륙 지방은 소멸됐다. 이제는 연안 중심에서 내륙 중심으로 (발전 전략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제안 중인 내륙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지역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신율=기업을 그냥 옮기는 건 별로 소용이 없더라. 그래서 기업을 유인하고 여기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해당 지역에 정착하게 만드는 일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홍남표=기업이 지방에 오는 걸 경영자와 종사자 등 두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세제 혜택 등으로 인해 지방으로 (기업을) 이전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지방에 대한 투자가 결정되면 여기에 딸린 종업원들은 이전을 굉장히 고민한다. 결국 이분들이 함께 올 수 있도록 교육 등 정주 여건이나 서울에서의 교통편 등이 종합적으로 구비돼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기업을 따라 지역의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여서 기업이 내려온다고 그 지역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이기에 기업이 온다는 것만으로 인구가 늘어나 지방소멸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결국 창업을 비롯해 산업과 서비스의 결합 등 이쪽으로 신경을 쓰지 않으면 지방의 인구 소멸은 쉽게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동기=인프라도 있어야 하지만 그 선결 요건인 노동력 문제도 대단히 심각하다. 예를 들어 기업을 강제로 이전시키는 수단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노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문제다. 그러나 현재 인구구조에서는 노동력 확보에 문제가 있다. 지금 우리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합계 출산율을 끌어올리더라도 한 20년 동안의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이 기간을 어떻게 견딜 것인지가 가장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정부는 ‘기회발전특구’라는 제도를 도입하게 되는데, 이는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아니라 기존에 있거나 앞으로 만들 산업단지에 원활하게 기업을 유치하고 또 노동력도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정책이다. 구체적으로는 개인 종사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소득세 중심의 세금 유예 정책, 가업 승계 상속 제도 등을 담고 있다. 이것은 어느 한 지역을 지정했다가 시도지사들이 편의에 따라서는 다른 지역에도 옮길 수도 있다. 굉장히 유용한 정책이고 우리가 이때까지 써보지 않았던 정책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법은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이에 대한 준비는 아마 다음 국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생각된다. 투자할 때 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도 노동력 확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조해진=개인적으로 지방 경제 살리기라는 측면에서 제일 안타까운 것은 이명박 정부 때 취소됐던 남부권 신공항 사업이다. 우리 지역에 기업을 유치하려고 기업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물류가 일차적인 핵심이었다. 그 지역에 큰 항만이나 큰 공항이 없으면 못 간다라고 이야기를 하더라. 결국 이게 지방에 없다 보니까 인천공항과 가까운 수도권이나 안 되더라도 그 언저리에 가려고 하다 보니 지방에 기업이 내려오는 건 아예 상상도 못하고, 있는 기업마저 떠났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부권 신공항이 거론됐는데 이게 정치적인 논리로 안 됐다. 개인적으로 또 안타까운 것은 영남의 경우 부산·경남은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은 또 다른 신공항으로 나뉘어 버렸다. 이게 인천공항 같은 완결된 공항이 아니라 노선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데 이게 두 개로 쪼개지게 됐다. 정책은 추진되겠지만 남부에 인천공항 같은 허브공항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영원히 막혀서 어떻게 보면 말뚝 박는 것처럼 대못을 박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개호=기업에 지방으로 내려가라고 해도 가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수도권 규제를 통해 지방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요즘 산업 구조 자체가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 등으로 바뀌다 보니 무작정 지방으로 내려가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그렇기에 기업을 지역에 골고루 배치해서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는 것은 굉장히 섬세한 전략이 필요한 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역의 특성과 장점을 객관적으로 검토한 뒤 국가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산업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수도권과 지방이 각자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 기능을 분담할 수 있도록 하는 고도화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제 지역구인 호남은 RE100을 위한 신재생 에너지가 풍부하다. 그런데 신재생 에너지를 호남에서 생산해 이를 수도권까지 이동시킬 수 있는 선로가 없다. 배터리나 데이터센터 등 에너지 소비산업 등은 가급적 호남에 배치해 큰 선로 투자 없이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그 지역에서 생산해서 그 지역에서 소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 대구·경북은 과거 섬유산업을 토대로 발전한 기반을 갖췄다. 이 지역에는 첨단소재나 의료기기 산업 등을 배치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각 지역의 특성에 맞으면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
△우동기=그런 측면에서 이번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 중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 가까이에 산업체 입주를 가능하게 하는 지역 차등 전기요금제 기틀이 마련돼 있다. 송전선에 재투자하는 비용보다 차등 전기요금제로 전력 생산지에 가깝게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현상들이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것도 사실은 중앙정부에서 굉장히 반대한 정책이다. 시도지사협의회도 건의하고 균형발전위원회에서도 정책 제안을 했던 사안이다. 이제 결국 원전이나 풍력, 태양광 등 근접 지역의 산업 생태계가 새로 구축될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만든 법 중 가장 잘 만든 법이라 본다.
△김영환=충북은 지금 전기가 없다. 전기 자급률이 9% 정도밖에 안 된다. 송전을 해서 받는다. 원전과 신재생 에너지가 없다. 충북은 전기를 비싸게 써야하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충북은 지금 수도권 물 공급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대청호에서도 청주와 충북, 충남, 전북 일대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충주호가 공급하는 748만톤의 물 가운데 충청북도가 배당받는 물은 40만톤밖에 되지 않는다. 물이 없어서 공장을 유치할 수가 없다. 공항도 마찬가지다. 항공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물류가 40% 가까이 되는데 청주공항에서는 어렵다. 화물기를 띄울 활주로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분산을 위한 인프라가 없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이어서 한 가지 문제로 풀 수 없는 것 같다. 어떤 정책이든 한 두 가지로 해결할 수 있지 않다.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조해진=공항 문제는 물류와 산업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 일반 승객이 비행기 타기 좋은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다. 즉 지방에 산업이 와야 하는데 인천공항처럼 전 세계에 항로를 가진 공항이 지방에 없다 보니 다 공장들이 위로 가는 것이다. 결국 경쟁력이 있는 대기업은 지방에 오기 어렵다. 그래서 ‘제2 허브공항’이 지방에 필요하다고 말씀드린 것이다.
◇신율=홍남표 시장님은 본인이 가진 권한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중앙정부의 권한과 권력을 상당 부분 지방에 이양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하는데.
△홍남표=창원은 특례시고 현재 인구는 100만명이다. 그런데 행정 체계를 보면 특례시 위에도 광역 단위가 있고 중앙정부와 연결되는 게 있다. 실제로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지역에 필요한 계획(플래닝)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예산이나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중앙정부에서 하는 일부 업무의 위탁이나 중앙정부에서 하는 여러 사업에 대해 공모를 해서 가져오다 보니 지역의 색깔에 맞는 계획이 아니라 외부 조건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현재 지역균형발전법을 살펴보면 주로 광역시·도 위주로 돼 있다. 기초자치단체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 거의 없다. 결국 스스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또 창원은 인구 100만명이라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대한 산업의 기여도 측면에서 중요도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전북 전주시는 문화예술도시로서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바가 크다. 이런 계획들은 꼭 도를 거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체계를 조금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큰 규모의 도시는 스스로 계획을 할 수 있는 권한과 함께 재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줘야 한다. 창원은 특례시라 어느 정도 위임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전체적인 종합 계획을 짤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이개호=현재 대한민국의 지역균형발전 문제는 결국 자원 배분에 있다. 우리 지역구는 농촌인데, 재정자립도 15%를 넘는 군이 없다. 이런 현실을 볼 때 무작정 중앙정부의 국세를 다 지방세로 넘길 수도 없다. 이런 측면에서는 국세와 지방세의 경계도 조금 조정이 필요하고 재원 배분 방식도 전면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전라남도 여수에 국가산단이 있다. 1년이면 국세로 약 60조원 정도를 걷는다. 그런데 국세만 걷어서 국가로 다 가져간다. 지방자치단체는 재산세 정도만 부과할 수 있다. 그게 얼마나 되겠나. 결국 이런 부분에서 배분을 할 때 일부 지방세 부과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가야하고 또 다른 전남 지역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광역세(도세)로 한 뒤 시군에 대해 배분하는 등 치밀한 경계 조정이 필요하다.
△조해진=제 지역구는 4개 시군인데 4개 시군이 다 소멸 위험지역에 들어가 있다. 이들 시군이 어려운 이유는 첫째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지역에서도 또 인근 대도시로 빨려 들어가서 고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앙에 있는 권한이나 예산, 재정, 세제 등을 지방으로 이양했을 때 지방에서도 분권이 아니라 집중이 된다. 결국 지방에 어떻게 넘길까만 생각하기보다 지방 안에서 분권이 되고 이를 토대로 균형발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김영환=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했다. 전북도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뒀다. 시도지사협의회가 가끔 열리는데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한다. 우리가 기대하고 희망하는 것은 중앙정부 특히 대통령께서 지방 분권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중앙정부가 가진 권한 일부를 지방정부로 위임하겠다고 언급했다. 사실 우리는 5000년 동안 중앙집권하던 나라다. 그런데 이제 분권하겠다고 하는 건데, 사실 사고가 분권화돼 있지는 않다. 분권이라는 게 실현된다면 아주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중앙 정부가 시군구에 지시해 시골 농막의 취사를 금지하고 잠을 못 자게 하는 단속이 이뤄졌다. 지금 소멸 위기 군은 농막이라도 하나 지어서 왔다 갔다하는 인구도 굉장히 소중하다. 그런데 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했을 때 도지사나 시군구가 끼어들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농촌의 소멸을 막을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많은 부분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과 중앙정부의 불필요한 권한을 줄이는 것이 지역균형발전이나 지역 소멸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동기=시도지사가 요구하는 것 중에서 자치조직인사, 자치재정권, 자치입법권 등이 가장 중요한데 핵심 사항은 특별자치도와 똑같다. ‘특별’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주민들에게 상대적 만족감을 주는 것 같다. 현재 우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건 국가 경영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분권 국가로 가려는 작업을 지금 하고 있다. 윤 대통령 임기 내에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자치 구조가 나올 것이다. 아울러 현재 (지방자치제도의) 계층제도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김영삼 정부 때 시도를 다 개편하려고 했는데 정치적 이유로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시군 단위는 (인구가) 점점 줄어서 기초정부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와버렸다. 이런 토론을 하다보면 대도시나 수도권은 투자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는 지금 숨 넘어간다고 한다. 지금까지 정부의 무게추가 왔다갔다 했다. 이런 과정에서 점점 더 심각한 결과까지 나온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새로운 형태의 정부 구조를 설계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이미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 대통령께서도 이제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지방정부라고 부르자고 한다. 그만큼 정부도 달라진 것이다.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있는데,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졌지만 한 번도 회의를 안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임기 말에 운영 규정 하나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세 차례나 열었다. 처음 회의할 때는 앞으로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했지만, 그 다음 회의 때부터는 모든 부처의 장관들도 배석한다. 마치는 시간없이 무제한 토론도 해보자고 한다. 지금 정부는 지방정부를 동반자이자 협력자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전환된 것은 굉장히 큰 변화다.
△김영환=그린벨트를 30만 평까지 풀 수 있는 권한이 광역으로 간다. 이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갖고 있는 권한을 지방정부로 보내는 거다. 이제 국방과 외교 등을 제외한 나머지는 점진적으로 지방정부로 보내야 한다. 우리 충청북도는 특별자치도법이 아니라 중부 내륙을 지원하는 법을 만들자고 한다. 충청도는 사실 내륙도와 해안도로 구분된다. 충청‘동도’와 충청‘서도’인데 지금까지 충청 남북도로 불려왔다. 중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연안으로 개혁과 개방이 진행되다가 도농 격차가 생기고 소멸이 생기니 서부 개발을 시작했다. 충북 보은은 한때 인구가 15만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3만명이다. 재정이나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오는 예산을 소멸지역에 어떻게 보내는가가 도지사의 역할이다.
△우동기=이번에 지방자치분권 및 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했다. 여기엔 여야 합의를 통해 기업발전특구하고 교육 자율특구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통과가 됐다. 그런데 이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사위 구성을 보면 대부분 수도권 국회의원이더라. 국회의 의사결정도 수도권 지향 구조가 돼 버린 셈이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직능별 비례대표 중심으로 국회의원들을 부족한 부분을 비례대표로 채웠는데 각 정당이 지역별 비례대표제를 통해 비례대표를 뽑는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면적 88%에 해당하는데 우리 공동체의 규범과 자원 배분을 결정하는 걸 어떻게 11.8%에만 맡기겠나. 미국은 상원의원이 주당 2명이다. 이렇게 지역 대표성을 가진다. 그런데 우리 정치 구조는 지역 대표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구조다.
△이개호=국회가 지역 대표성과 인구 비례를 같이 해야 하는데 우리가 단원 구조를 선택했기 때문에 나오는 문제다. 지역 대표성이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다. 지방에 대한 정치적 발언권의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신율=마지막으로 진정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회생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홍남표=창원은 경기가 좀 괜찮은 편이다. 기업들도 창원에 많이 오고 있다. 그런데도 인구는 많이 줄고 있다. 지방을 단순하게 생산 기지로만 봐서는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 지금은 지식 정보화 시대인데 지식을 꾸준히 만들면서 지역과 산업을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지방대학과 연구기관들을 한꺼번에 정비한 뒤 산업과 연구 역량을 묶어 지역의 핵심 체계가 돌아갈 수 있도록 조금 더 신경을 써 줬으면 한다.
△조해진=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논의가 많았음에도 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가적으로 국민적으로 이 문제를 진정성 있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는가, 그리고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온 적이 있는가 하는 회의가 든다. 이제는 나라의 명운이 걸렸다는 인식 하에서 제대로 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국가발전전략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정책은 아무 의미가 없다. 막판에 국회의원 의석에 관한 이야기도 나와서 말씀드리면 비례대표를 전국구라고 하지만 사실 대부분 서울에 연고를 가진 분들이다. 안 그래도 수도권 의석이 반 이상인데 이 부분도 싹쓸이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권역별 비례제 등의 대안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이개호=지방 소멸의 문제는 출산율 저하와 사회적 이동에 의한 수도권 밀집이다. 출산율은 정부가 책임질 일이지만 사회적 이동에 대한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를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 역시 수용력을 발휘해서 스스로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정책을 꾸준하게 개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김영환=인구 소멸에 대해서 너무 절망해서는 안 된다. 이걸 이민으로 해결한다는 등의 대책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지역균형발전은 이제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됐다. 공단을 만들고 기업을 유치하는 방식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특히 돈을 준다던가 출연기관을 내려보내는 방식으로는 농촌 문제 등을 풀 수 없다. 결국 교육 기회의 균등성과 문화 인프라를 갖추는 문제, 환경의 개선과 교통 등의 우대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도로 건설 등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단계에서 대도시에 인구가 많아 유리한 측면이 있는데 이제는 농촌과 소멸 지역 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소프트 파워를 강화할 때만이 균형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동기=이제는 중앙집권, 수도권 집중이라는 권력 구조의 무게 추를 지방으로 옮기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사명감을 가지고 추진할 것이다. 이에 맞춰 지방에서도 스스로 혁신 역량을 키우는 작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신율=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똑똑함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현명함으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명함을 발휘할 수 있는 출발점은 고민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우리가 해야 할 고민은 여기서 다 나왔다. 고민으로부터 시작한 지방회생 문제는 차근차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긴 시간 토론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
◆ 지방자치TV 방송시간
본방 : 6월 19일(월) 13시
재방 : 6월 19일(월) 23시, 6월 20일(화) 13시·23시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